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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할머니를 위하여


BY 향녀 2000-05-02

한국에도 있겠지요? 얼굴에 대고 죽죽 잡아당기면 얼굴 주름살 펴진다는 기계말이에요. 심야에 TV 광고에서 봤는데 참 그럴듯 하대요. 모델이랑 소비자가 나와서 예전의 쭈글탱 얼굴이랑 다리미로 다린거 같은 지금 얼굴을 보여주는데---. 전 얼굴이 워낙 빵빵해서 아직 주름살은 눈에 띄지 않는데요 입가에, 무식하게 한국말로는 모르겠지만, 영어로 스마일라인이란 곳이 움푹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좀 있으면 뺑덕 어멈상 될 것 같아 자꾸 신경쓰인는 거에요. 돈있는 서방이나 있으면 평생의 숙원인 젖통늘리기랑 그냥 세트로 얼굴 끌어당기기 시술 받으면 깜쪽 같을터인데. 근데 그 기계가 200불이랍니다. 큰돈이죠. 그래도 젊어지고 싶다는 야무진 욕심에 밤1시반에 전화를 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설레임과 예전의 갸름한 얼굴로 다시 태어날 생각에 진짜 6주동안 우체통만 바라봤죠. 근데 막상 기계가 오고나니 엄두가 안나요. 낮엔 일가랴, 밤엔 애들 숙제봐주랴, 잠자리에 들기전 거울보고 약3분간 잡아당기라는데 24시간에 고 3분이 없는거에요.
마음을 비웠지요. 내가 무슨 탈랜트냐. 잘 보면 뺑덕어멈이 아니고 보살님 상 아니겠느냐? 200불 다시 환불 받아 이쁜 옷 사입으면 더
낫지 않냐? 그래서 포장만 뜯은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조금 남긴 했지만 이제 40을 바라봅니다. 이 나이에 이룬 것, 가진 것 없어 그렇게 더 주름살에 연연한가 봅니다. 새파란 20대에 제 소원은 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아름다운 할머니를 꿈꾸지만 더 이상 자신이 없군요. 제발 마귀할멈 상은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