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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요!


BY 한송이 2000-05-08

386! 내 나이 어느 덧 30대 후반.
10여년의 맞벌이로 경제적인 안정은 얻었다만.....
남은 것은 늘 모자라는 잠.
그리고, 지저분한 집.
변변찮은 밥상.
늘 밀리는 빨래.
쌓이는 먼지.
주말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피로.
그러면서도 늘 남편에게는 미안한 마음.

남들은 둘이 버니까 일찍 집 장만하고, 얼마나 여유있게 사느냐고 부러워 하지만.....
난 전업주부가 부럽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제 겨우 초등 1학년.
태어나서부터 애 봐줄 사람을 전전하다가
친정언니-친정엄마-시부모에 이르기까지,
아이가 아프거나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오늘은 아이를 어디다 맡기지?"하는게 우리 부부의 대화이다.
아이는 이제 제가 먼저
"오늘은 내, 어디가는데?"하면서 걱정을 한다.

난 솔직히 1등 엄마가 못된다. 아니 5등엄마도 못될껄.....
내가 이러니 남편이 유난을 떤다.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의 다리를 주무른다, 혼자 잠들지 못하는 아이의 다리를 주무르며 재운다든지, 아이의 밥과 세수, 그리고 옷을 입혀 학교에 데려다 줄 뿐 아니라, 아직도 볼 일(?)을 보고난 뒤처리까지도 남편이 해 준다.(나보다 남편의 출근시간이 1시간 늦어서 항상 아침에 애 챙기는 것은 남편 몫이다.)
정리나 청소, 설거지.....남편이 나보다 집안 일을 더 잘한다.
남편에게 나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늘 눈치(--+)를 본다.
(이렇게 왜 사나?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아이는 아빠를 더 따르고 좋아하며, 퇴근시간 보다 귀가가 조금만 늦어져도, 전화를 한다는 둥, '왜 이렇게 안 오느냐'고 현관문을 들락거리며 기다린다. 그 때 내가 느끼는 소외감!

애를 둘 씩이나 두고도 맞벌이 씩씩하게 잘하는 사람도 많더만.....
내가 함량미달인지, 남편이 극성인지, 애가 극성인지.....
(아이는 하나 뿐인 손자여서 도무지 무서운 사람이 없다. 나라도 악역을 맡아야지.....)

이렇게 하루하루를 숨가쁘게 사는데도,
남들은 우리내외의 수입만 생각한다.
하루에 세끼는 어쩜 그렇게 잘 닥치는지.....
한끼 뚝딱 사먹거나, 얻어먹거나, 라면을 끓여먹거나, 대충 먹고나면 그 뿐이지만, 항상 식사때가 되면 국거리와 반찬이 부담스럽다. (남들은 다들 뭐 해먹고 사는지.....그리고 남들은 다들 애 둘씩이나 낳고 어떻게 맞벌이 하는지.....)

다 들 어떻게 사세요? 맞벌이 하시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