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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그리고 엄마의 자리 를 비우며....


BY 두리 2000-05-10

오늘 드디어 미국행 비행기표를 샀습니다.
이 손바닥만한 종이 한장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마음조리며 한달을 보냈는지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합니다.
주부의 일상 탈출이 이렇게도 힘든것인가요.
미국에 사는 언니의 딸이 오월의 신부가 된데요.
처음엔 수험생도 있고 해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미국에 사는
친구가 전화를 했더라구요. 언니랑 친하게 지내는 그친구의 말은 언니가 제가 안 온다고 무척 서운해 한다면서 가능하면 꼭 오라는 거예요.
남편은 어렵게 허락을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사사건건 간섭을하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겁니다
20년만에 처음으로 가는 언니네집이니 형부랑 조카들에게 선물도 해야겠고 언니부탁으로 이곳에서 사야 할것도 많았지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게 못마땅한지 결혼식에 가는것만해도 황송하게 생각해야지 뭘 그런걸 다 사오라고 하느나면서 가서 돈을 꼭 받으라고 하대요.
더럽고 치사한 사람같으니....
일정이 너무 길다고 저보고 다른 형제들보다 며칠 일찍오라구 해서 그일로 또 한바탕 했지요.
결혼 27년만에 처음으로 해외라는델 나가는데 어쩌면 이럴수가 있냐고.
나중엔 화가나서 안가고 말겠다고했더니 그럼 처가쪽에서 자기를 얼마나 나쁜놈으로 알겠냐면서 달래더라구요.
밑반찬 준비며 주부의 빈자리가 조금이라도 식구들에게 덜 불편하도록 하려면 할일이 너무 많네요.
처녀시절에 가방하나 달랑메고 훌쩍 떠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렇지만 이 시련(?)이 지나가면 오랜만에 형제들과 즐겁게 지나게 되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며 이젠 남편과도 화해를 하렵니다.
그래도 열흘넘게 휴가를 준 그 마음이 고마워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