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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편지..


BY 곱단이 2000-05-15



1995년 5월 14일..

이 날이 평생 잊지못할 우리부부 결혼 기념일이에요.

어제로 만 5주년 되었어요.

늦게까지 책읽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딸아이 소리가 나길래 일어나 가봤더니..

남편이 아침식사를 준비해 놨더라구요.

밥하고 계란말이, 감자볶음, 햄구워놓고, 콩나물 무치고... 남편이 할 수 있는 쉬운 것만 해놨더라구요.

미역국까지...(왜 하필 미역국이냐고 물었더니 기념일에는 무조건 미역국 먹는거래요)

싱크대가 온통 난장판이 되었더라구요. 4살난 딸아이 수빈이와 같이 요리를 한 모양이에요.

영문을 모른채 감격에 겨워 "오늘 무슨날이야?"하고 물었더니

남편 왈 "바보! 오늘 우리 결혼 기념일이잖아. 몰랐어?.."

아차! 내가 깜박했구나. 엊그제 집들이 하는 것만 신경쓰느라 우리 결혼 기념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눈물의 아침식사를 했어요. 그냥 고맙고 고마워서..

반찬을 일일이 얹어주는 따뜻한 남편의 모습에서 부부란 이런 것이구나 다시금 느꼈어요.

오전에 교회에 가서 성가대에 섰어요. 우리 부부 같이 성가대거든요.

뒷줄에 앉은 남편이 옆구리를 찌르며 무엇인가를 주길래 받았죠.

예배시간이라 주머니에 구겨 놓고 잊어버렸어요.

예배 끝나고 점심식사 하러 가는 길에 화장실에 가서 꺼내 보았더니 남편이 쓴 편지더군요.

고등학교때 우리의 처음 만남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추억들과 구구절절한 사랑의 말들..

늘 제 곁에서 포근하게 내리쬐는 따스한 봄볕이고 싶대요.

만난지 15년이 되었다면서 15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새벽에 쓴거에요.

두번이나 저를 울리더군요. 아침식사때 한번, 사랑의 편지로 한 번...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어요.

"하나님!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이런 남편을 주심 감사합니다. 앞으로 삶을 살아감에 있어 늘 지금처럼만 사랑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