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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BY 감순 2000-05-15

To 현숙
"눈이 부시게 푸르른날은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라"는
노시인의 말씀을 받들어 네게 편지를 쓴다.
연애편지 쓰듯하라는 달콤한 네 속삭임에 내 그리하마 했것만
젊었을 때도 못 써본 그 연서라는 것 그런 재주가 내겐 없구나.
다만 눈이 부시게 푸른 날이기에 pen을 들어본다.
현숙아!
얼마만에 불러보는 정다운 이름인가!
너네집 아랫마당에서부터 서울 아줌마까지 많고 많은 추억들이
정지된 화면처럼 떠 오르고 길고 긴 우리의 인연을 헤아려보며
새삼 중년에 접어든 우리의 우정을 재다짐 하고싶구나.
'Love me tender'를 불러 네 잠자리를 황홀케 했다는 하나 아빠
를 샘내서 하다못해 "낯설은 타향땅에" 라는 트롯 한 곡조라도 불
러달라 졸라도 쑥스러워 하지 못한 우리남편은 지금도 여전히 고지
식하고 어쩌고저쩌고... 흉보면 뭐하노...

모처럼의 일요일 나 혼자만의 시간!
한번에 먹기엔 좀 크다싶은 사과를 한입 두입 베어먹다 보니 렌지에
물이 끓고 있지 않는가!!
그래 난 분명 커피를 마시려 했는데 사과를 먹고 있다니...
이런 건망증상들이 씁쓰레이 웃게 하는구나.
내가 말이다
까마득한 옛날일은 생생한데 냉장고속에 어제 넣어둔 통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도무지 기억할 수 없어 일일이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니
이건 치매 초기증상이 아닐까 한다.
난 이렇게 나이 들어가고 있는데 너는 어떠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