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년전.
그 때만 해도 해외 배낭여행의 바람이 불기 전이었다.
오죽했으면 김정미라는 여대생이 유럽 배낭 여행 마치고 온 게
화제가 되어서 책도 내고 방송에도 심심치않게 나오곤 했을까.
그런데 바로 그 때, 소심하기로 말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내가 유럽배낭여행을 결심하고 갖은 감언이설로 엄마에게 허락을
얻어냈다. 막상 꿈같은 유럽행 티켓을 얻고보니 떠나기 전날,
잠이 안오고 무르고만 싶고 너무 너무 겁나고 떨리고......
하지만 두려움을 뒤로하고 마침 여행사에서 만나게 된 일행 2명과 합류해서 한 달 동안의 여정에 올랐다.
머리털 나고 한국은 처음 떠나보는 건데, 첫날은 여행사에서 픽업을 나와서 지정해 준 숙소까지 데려다 주고 거기에서 하룻밤을
잔 후에는 완전히 자유배낭여행이었다. 얼떨결에 런던의 숙소까지는 도착해서 하루밤을 지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일행들이 말하기를 다른 숙소 알아보느니 숙박비 따로 지불하고 그냥 여기서 며칠 더 있을 수 있는지 안내 데스크에 가서 좀 물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내 등을 떠미는 거다.
그 상황까지는 아주 쉬운 자기 소개정도의 영어만 썼는데 갑자기
나한테 이렇게 어려운 걸 시키다니... 머리 속으로 영작을 하면서 단문, 복문 짬봉시키며 안내데스크까지 갔다. 떠듬 떠듬 용건을 이야기하니까 거기 있는 직원이 불어로 대답을 하는 거다.
직원: "어쩌구 저쩌구, 샬라 샬라..."
나: (역시 버벅거리며) I'm sorry. I can't speak French.
Can you speak in English? (저어, 난 불어 못하는데 미안하지만 영어로 이야기 해 주실래요?)
그러자 그 직원이 눈을 크게 뜨며 황당하다는 듯이
직원: ?????????
"I'm speaking in English!!!" (나 지금 영어하는거요)
다시 잘 들어보니 영어가 맞긴 맞았다. 긴장된 데다가 그 직원이 프랑스인인 관계로 프랑스 악센트가 강해서 그게 불어로 들린 거였다.
아! 그렇게 촌스러움을 떨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쫄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사족(읽거나 말거나):
-"불어를 못 합니다." 라고 하고 싶으면 "I don't speak French."
물론 "영어를 못 합니다."는 "I don't speak English."
우리는 흔히 'can't'를 사용하는데 'don't'가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한 영어의 달인이 그럽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