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리군요.
요새는 며칠째 찌뿌둥한 날씨가 낮은 산맥을 떠도는 구름처럼
포복하고 다니는군요.
어머님은 다시 신경통이 스멀스멀 스며드시겠죠.
라디오를 켰습니다.
라디오에 모래를 한옹큼 집어넣은 아들놈이 잠들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발라드의 애잔함과 낭만이 방안을 휘감아 은은하게 흐릅니다.
내머리속에 낮게 숨죽이고 있던 온갖 생각들이 생기가 돌기
시작합니다.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온전히 나인 시간...
행복합니다.
찌꺼기들을 강물에 버립니다.
은빛물살이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입니다.
나는 여린 찻잎이 되어
산맥을 휘감아 돕니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다 비워낸 마음으로
이제 편지를 쓰렵니다.
그리운 어머니 당신께...
[은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