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혼 7년차니까 벌써 9년 전의 일이다.
난 지방 방송국의 스크립터로 일하고 있었다.
난 클래식 담당이었는데,
그당시 내 클래식 수준은 상식적인 것만 알고,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거나 마찬가지였었다. 10년 쯤 지난 지금처럼...
하지만 난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다행이 음악은 즐길 줄 알았다.
그래서 "이음악은 이래서 좋네요." 소리를 입사한지
한 열흘 되서는 할 수있었다.
그래서 " 전 드보작의 슬라브 댄스 중에서 이 곡이 제일 좋아요."
하면서 생방송 중에 여유를 부려 보는 건방을 범했다.
그 말이 끝나고 10초가 지났을까?
그빵빵하던 사운드는 뚝!... 온데 간데없고, 적막만이..
난 전기가 나갔을리도 없는데, 웬일 일까? 방송국엔 예비 전럭이 있다고 들었는데...
난 뭐가 잘못된지도 몰랐다. 그렇게..
그런데 나랑 수다 떨던 아나운서는 스튜디오로,
이빨닦을려고 치약찾던 엔지니어는,
깜박이는 기계?앞으로 칫솔을 든채 달려가는 것이 아닌가?
난 그제서야 알았다.
잘난척하던 내가 멀쩡하게 돌아가는 CD를 다음 곡 걸어놓는 답시고
죽여버렸다는 사실을....
난 그때,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표현의 의미를 알 수있었다.
난 정말 어찌 할바를 몰랐다. 있는 쪽 없는 쪽 다 팔리고... 아휴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엔지니어, 담당 아나운서 모두 한 10년 쯤 선배들이었으니 망정이지...
그래도 너그러운 편이었다.
첫 실수는 일찍 할수록 좋다나? 그래도 그때 입은 얼굴의 1도 화상(??)은
오래 갔다 내 맘 속에서..
한가지 운이 좋은건 모니터가 그 날 방송을 듣지 못했던 건지,
내 실수는 아는 사람이 없이( 그 날 방송 참여자말고는) 다음달 모니터에도
찍혀 나오질 않았다.
나중에 한 실수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하여간 난 그때가 제일 쪼옥? 팔렸다.
그런데 웃긴 건 나중에 한 6개월이지나서 알게된 사실이었는데,
내 방송 모니터가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팝방송 스크립터였다.
새내기 아줌마였는데 직업이 둘! 방송국 스크립터, 그 방송국의 모니터!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선밴 돈 잘 벌었고,, 난 쬐끔 불편했다.. 다음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