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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지락 꼼지락, 느껴지기 시작하는 우리 아가에게


BY 영자 2000-05-29


아가야,
이젠 엄마도 너를 분명히 느낄 수가 있단다.

다른 아가들은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는데 너는 소식이 없어, 이 엄마가 하 궁금하여 뱃속을 쓰다듬기 시작했는데... 그게 지난주였지... 손바닥을 콕! 하고 찌르는 너의 반응... 엄만 그게 태동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풋내기 엄마였단다.

그런데, 어제부턴 너를 자주 느끼고 있단다. 엄마가 컴퓨터를 들여다보느라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우면... 그래도 네가 불편할새라 팔꿈치에 힘을 잔뜩 주고 배를 방바닥에서 띄우느라 애를 쓰고 있건만... 뭐가 불편하고 답답한지 꼼지락 꼼지락 대는 너!!! 엄마는 이제사 너의 움직임을 엄마의 손바닥이 아닌 그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단다.

엄마가 몸이 약해서인지 너도 참 힘들겠지? 양수가 적다하니 네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작아서 답답할꺼구. 다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물과 쥬스, 우유를 무지하게 많이 마시는 거다. 엄마는 원래 물을 잘 안먹거든. 근데 요즘은 아침마다 편의점에 들러서 우유, 쥬스, 물을 고루 섞어서 1.5리터 이상의 마실 것을 사들고 사무실에 올라온다. 책상위에 고루 늘어놓고 맘에 내키는데로 마시기 시작한단다. 첨엔 그 많은 양을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요즘은 다저녁이 되기도 전에 할당량(?)을 모두 마셔버린단다. 어쩜 네 덕분에 엄마가 피부도 고와지고 촉촉해지는 건 아닐까?

아가야. 지난번 외할아버지 생신 때 엄마가 운전을 하고 혼자 외가댁에 가면서... 아빠가 그렇게 걱정을 했지만... 엄마는 그날 너를 믿으면 외할아버지께 가고 싶었단다. 네가 이해해줄꺼라고 생각하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늦은 밤 운전을 하면서 아가, 너에게 계속 말을 했지, 아가야 오늘은 외할아버지 생신이라 네가 조금 힘들어도 찾아뵙는게 도리인거야.. 엄마가 혼자 운전하고 인천까지 갔다온다고 아빠가 무지하게 걱정을 하시니까.. 혹여라도 네가 아프면 안된단다. 그러니까 절대 아프지 마라... 그렇게 네게 계속 엄마의 마음을 얘기했더니, 아가야.. 너는 너무 예쁘게도 아무 탈없이 오늘까지 엄마를 기쁘게 하는구나. 좀 전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에도 엄마는 너의 움직임을 느꼈고.. 아침에 아빠와 함께 오는 차안에서도 엄마에게 너는 '엄마, 나 이제 일어났어요!'라고 말하듯이 엄마의 배를 톡! 하고 차지 않았니?

아직은 작은 움직임이지만 이제 비로소 너를 엄마가 느끼게 되었구나. 한달쯤 후면 3차원 초음파로 너를 볼수가 있단다. 동그란 머리, 그리고 오똑한 코... 내가 알고 있는 너의 모습은 그게 전부지... (앗, 지금도 네 얘기를 하고 있는 걸 아는지.. 꼼지락 대는 네가 느껴진다)

아가야. 엄마는 요즘 여기 오시는 많은 아줌마들을 보며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며 나중에 내가 너에게 다른 엄마들처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단다. 지금도 엄마는 다른 엄마들처럼 아름다운 음악을 찾아듣는 노력도, 또 좋은 책을 읽어 너의 정서를 풍부하게 하는 노력도, 또 너를 편안하게 잘 낳기 위하여 임산부 호흡법을 배운다던지.. 그런 것도 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짧은 편지를 이 담에 네가 태어나서 글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남겨둘 수 있을까? 아니, 엄마 생각엔 이미 네가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구나 싶다...

아가야, 엄마가 부지런히 물을 많이 먹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네가 편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가 지금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그것 뿐이란다.

아가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