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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부모님 - 2부


BY 나쁜 며느리 2000-06-03

오래 머무르지 않아도 되었던 시댁살이(여름방학을 틈내 결혼을 했으므로 다시 공부하러 미국에 돌아와야 했거든요)-- 그저 참기로 했었지요. 아마 결혼하고 한국에 더 있었더라면 미쳤을 거에요.

근데 날 더 미치게 하는 건 형님들 이었지요. 아마 유학하고 온 막내 동서에 대한 막연한 질투심이랄까? 내가 대구사람이 아니어서였을까. 아님 내가 더 젊고 이뻐서? 대충 안봐도 드라마지요.
하여간 어머님 그러시는데 형님들 또한 저에게 소외감만 주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님왈, 서울아는 예단으로 얼마를 가지고 왔다느니 하시면서 비교를 하셨더군요. 사람을 돈 몇푼으로 비교한다니... 좀 걱정 스럽긴 했지만,

이렇게 저렇게 지내다보니 어느순간인가 부터 세 동서가 서로 익숙해질 무렵. 아침상 치울 때 마다 형님들 욕을 제게 하시는 어머님.
맏 며느리를 잘못 얻었다는 둥, 자기 속옷하나 제손으로 빨지 않는다는둥, 이런저런 혐님얘기들. (물론 제가 시댁에 있을 땐 모두 분가 하셨지만요). 전 의아 했었지요.

그러던 어느 제삿날. 식구가 모두 시댁에서 지낸 날
작은 형님이 베란다에서 빨래 하는 소리와 함께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버님 주무시는데 밤 늦게 빨래하지말고 내일아침에 하라는(전 물론 제방에서 들었지요. 어머님 목소리가 워낙 크셔서)... 전 그런가보다 하고 있다 막 샤워나하려고 욕실에 들어서려는데 어머님이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아야, 니 동선 지 남편 속옷도 시애미 빨라고 저리 담가 놓았다" 하시는데...

전 그 후론 어머님 형님들에 대해 하시는 말씀을 믿을 수 없었답니다.

전 사실을 형님들께 말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간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들을... 그후론 형님들과 많이 친해졌지요.
세 동서가 어울려 설겆이하며 웃고 떠드는 광경을 보신 어머니.
몹시 화가나신 목소리로.."웬것들 부엌그릇 다 깨먹겠다. 조용히 좀 못하나" 하시며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시더군요.

동서지간에 사이가 좋아야 집안이 화목하다는 말...맞지요?

저에게는 사촌오빠 한 분이 계시답니다. 6.25때 큰 아버님 돌아가시고부터 할머니랑 아버지가 책임을 지게 되셨지요. 오빠지만 때론 아빠 같기도 해요. 나이차이가 많아서. 아버진 중학생이었던 오빠에게 양자로 호적에 올리자고 하셨지만 오빤 그렇게되면 큰아버님 함자가 잊혀지는 게 아니냐며 단호히 말했다고 해요...

제가 왜 뜬금없이 제 오빠 얘기를 하냐구요?

이젠 저의 시아버님에 대해서 쓰려구요. 물론 시어머님얘기는 시작에 불과 했지만서두...

시할머님 산소에 다녀오는 차안 이었어요. 전 그때 까지만 해두 우리 아버님은 넓으신 분인 줄만 알았거든요. 용돈도 잘 주시고..
근데 그 차안에서 사촌오빠가 호적에 올라와 있냐구 물으시더군요. 전 사실대로 아니라구 했지요. 안도의 한숨과 "그래. 그러나" 하시는 투가.....
아.. 저의 유산 상속을 계산 하시고 있으셨던 거에요. 전 무남독녀이거든요.
아직 친정 부모님 정정 하시고, 시집온지 채 한달도 안 되어 감히 어떻게 유산을 생각 할 수 있는 지...순간 문득,

결혼 전 예단 하고 잘 맞춘 신랑 양복을 보시곤 "니 참 장가 잘 가는 구나" 하시는 말씀이....
전 그때서야 아버님 말씀의 진의를 알게 되었답니다.

전 정말 이게 중매결혼 신혼에 깨빡 나는게 이런 거 였게구나 싶었어요. 어떻게 하나 같이....다 증오스러웠답니다.

어디서, 어느구석을 닮아 나왔는지 자식들은 참 무난한 거 낳으셨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찾아봐도 제 신랑과 부모님들 과의 닮은 점은 없거든요. 아니 정 반대 랍니다. (제 부모도 너무 싫으면 아주 닮거나 정 반대가 된다면서요? 아직까지는 정 반대랍니다.)

저희 남편이요? 착한 여우에요. 힘든 저에게 단 한마디 말로 그 길었던 한달 반의 첫 시집살이를 견디게 해 주었지요.
"우리엄마. 못 배우고 못해 본게 한이 맺혀 너 한테 화풀이 하는거야. 니가 우리엄마 한번 봐줘." 하며 기회만 되면 집에서 있는 시간을 줄여 주려 노력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화풀이 할 곳도 없고.

그래도 문득 문득 화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신랑보기 미안해도 계속 쓸랍니다. 6년동안 맺힌 걸 풀어야 또 다른 6년을 시작하지요. 내 가슴 속 응어리 풀려 하늘하늘 날아 갈 때 까지...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 정말 하고 싶은 말이요?
살아있는 한 절대 용서 하지못하고 내 숨 쉬는 한 잊지 않을 것이란걸... 뭐 이것 가지고 그러냐구요? 이게 다가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