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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님의 시 한 편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BY scarlet 2000-06-04

지난 번에 어떤 분이 류시화님의 시를 좋아하신다기에 문득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저는 여행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류시화님이 쓴 인도여행기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도 틈틈이 꺼내 본답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