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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양념과 남학생


BY 커피 2000-06-08

안녕하세용 오늘날씨가 참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비가 올것만 같군요...덜렁대고 푼수인 커피가 오늘은 분위기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해요! 히히히...(웃음소리가 좀 빗나갔음)후후후...
제가 여고시절에 늘 책가방을 메고 버스정류장에 버스를 기다렸었거든요...
2년을 거의 같은 시각에 버스를 타던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참 인상이 좋았었어요...공부도 잘하고 착한 이미지 였거든요...
전 언젠가부터 그애가 참 좋아지기 시작했어요...엄마가 없어서 나이많으신 아버지가 늘 배추를 사와서 김치를 담가주셨는데 어느날 부턴가 그런 아버지한테 죄송스러워서 제가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지요..
너무 피곤한 탓에 밤에 배추를 소금에 절여놓고 아침에 눈떠서 급하게 서둘러 양념을 부어 김치를 얼른 담근채 버스정류장으로 달려갔지요 그 버스를 놓치면 지각이었거든요...
겨우 버스에 올라탄 저는 땀을 닦으며 뒷좌석으로 가서 서있는데 그 남학생이 저의 가방을 받아주는 거예요..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래도 모른척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저의 팔을 찌르더라구요
전 그순간에 '아 이애가 나를 관심있어하는구나..아니면 무슨 쪽지라도 전해주려고 찌르나?'했었는데요...
저의 오른쪽 팔뚝 안쪽에 고추가루양념이 벌겋게 묻어져 있는 거예요! 얼마나 창피하고 울고 싶던지...지금도 그 심정은 안 없어지네요 호호...
그리고 나서 무엇때문인지 그애는 안보였구...저는 늘 혼자 버스에 올라탔지요...늘 깔끔하게 해다녔는데 급하게 김치 버무리고 나온지라 대충 씻었던 탓인지 그애한테는 제가 아마도 지저분한 여자애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답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근데 더 일이 꼬이기 시작한것은요...호호호...
얼마전에 창원에 볼일 있어서 혼자 갔었는데 우연이 신탁은행에서 그애를 본거예요..
전 너무나 반가왔구요 더군다나 저두 결혼한 사람이구 그애도 아마 결혼한 친구라 생각들어서 더욱 편하게 인사를 했지요! 근데아니나 다를까 제 팔꿈치부분에 또 빨간 양념이 묻어있는 겁니다. 동네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었는데 제가 식당식탁에 턱을 괴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 그 흔적이 남아있더라구요...
전 그때 마음속으로 부르짖었지요! 주여 왜 저를 시험에 드시게하나이까아!...그친구가 저를 보고 미소짓더니 하는 말:
넌 아직도 고춧가루 양념을 묻히고 다니니?
그리고 통장을 정리한채 손한번 흔들고 가버리더라구요!
여러분 커피가 너무 불쌍하죠??? 네? 하나두 안 불쌍하다구요??
근데여...제가 요즘에 이상한 증세가 생겼어요...늘 10분간격으로 팔 안쪽 팔꿈치 할것없이 마구 살피는 습관이요 호호호
여러분 저의 글 읽어주신다구 정말 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