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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엄마들의 비애...


BY 유수진 2000-06-09


은비랑 놀이터로 향했다.
까르르 웃으며 흙장난을 한다, 시소를 탄다, 미끄럼을 탄다...나도 덩달아 흙속에서 뒹굴고....

한참을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한 70 되신 할머님께서 2살정도되는 남자아이는 업고, 네다섯살 정
도 되는 남자아이는 걸려서 땀을 뻘뻘 흘리시며 놀이터로 들어오셨다.
형이름은 선우란다. 선우는 은비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미끄럼을 타고, 흙장난도 하는데,
여전히 아기를 업고 그 더운날(포대기가 겨울 포대기였당 으~) 선우녀석때문에 그늘에 앉아 계
시지도 못하고 등에 업힌 동생녀석은 칭얼거리고.....

"어유~ 할머니, 그냥 애기 내려놓으세요. 모래라 부드러워 기어다녀도 괜찬을거 같은데...."
"네에~ 흙 드갈까봐서..... 에휴 그냥 내려놔야 것다 "
하심서, 동생녀석을 내려 놓으신다.
좀 나은지(근석도 더웠겠지. 내복에 잠바에...겨울 포대기에....)
난 동생의 잠바를 훌렁 벗겨주며,
"할머니, 이거 벗길께요. 지금 해까지 나와서 ...... 애기 땀띠 나겠어요 " 했따.

아이들 노는걸 신나게 바라보다가, 할머니께 여쭸다.
"근데, 친정 어머니세요? 시어머니세요?"
"응..친정 엄마에요."
"어머, 따님도 참....시어머니는 모한데요? 친정엄마 이렇게 고생시키고... 시어머니한테 맡기
라고 하시죠......호호호 돈은 받고 하시는 거죠?"
"돈이야 받지, 어렵고 힘든일은 친정엄마한테 떠맡기고, 용돈은 시어머니한테 주고.....
친정엄마들 딸한테 용돈 탈려면, 고생 바가지로 하고 받고, 시에미들은 턱하니 앉아서 받는거
아녀....."
윽!
갑자기 파라 열받았다.
"맞아요. 어머니(넉살도 좋은 파라), 시어머니랑 번갈아감서 하라고 하세요.
애 보는게 보통 일인가요. 게다가 둘씩이나....
혹, 시어머니가 어디 편찮으신가요?"
"어디가 편찮킨.....나보다 한살 많은데....
쌩쌩해. 여행도 다니고, 어디어디 모임같은데 쫓아댕기고....아주 바쁜분이여...
선우녀석은 벌써 3년째 내가 돌보고 있는데.....
우리딸이 맞벌이를 하느라 힘들어서.......
그래도, 엄마 아빠, 있을때, 나한테 와서 척 앵기는거 봄 힘든게 다 없어져...."

그리고, 아주 많은 얘기를 주고 받았다.
마치 대화에 굶주린 듯 할머니는 내게 아주 개인적인 얘기까지 서슴없이 해주셨다.

후~
난 이런게 싫어서, 엄마한테 절대로 애 안맡겼지만 (이태원에서 미용실경영하시는 양반이라 봐
줄수 있는 상황도 아니였다. 시어머니는 지병에 식당 경영하시니 더더욱 그랬고), 할머니는 남
자아이 둘 키우시기엔 너무 벅차보이셨다.
여자아이보다 더 나댄다는데.....남자아이들이.....

울 은비도 나중에 크면, 이럴라나....
맞벌이 한답시고 파김치되서, "엄마~" 찾으면, 나도 선우 할머니 모습이 되겠지.
시어머니가 맞벌이하는 며느리 측은해 여행도 포기하고, 모임도 포기하고, 자기인생 포기하면서
까지 손주들 봐주실 분이 과연 몇분이나 될까......?

비애다.....
딸가진 엄마들의......

님들의 맞춤친구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