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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연 2000-06-16







먼 발치서 당신을

- 도종환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 뒷편에서 당신 모습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사람들 틈에 쌓여 있는 당신 모습이
전보다 더 야위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왜 당신에게 좀더 가까이 가서
내 자신을 당신에게 드러내보이기 부끄러운 것일까요
혼자 맘으론 당신이 내 목소리를 잊지 않고
계시리라 생각하곤 하면서
이렇게 다시 천천히 되돌아 걸어오곤 하는 것인지요
돌아오는 길에 먼 어둠 속에서 불빛 두어 개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별 몇 개 그 위에 희미하게 떠서
내가 생각하는 당신 마음처럼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나는 왜 당신 앞에 가까이 나서기가 부끄러운 것인지요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 자꾸만 당신 앞에 떳떳하지 못하여
나 혼자만 생각하는 당신 향한 이 마음을 그리움이라 말하고
당신이 기쁘게 나를 알아보실 때까지
내가 몰래 보내는 나의 이 작은 목소리를
다만 기다림이라고 달래보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