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58

울 언니 누가 위로 좀 해줘요.....


BY 마산미시 2000-06-23

울 언니가 제게 준 메일임다....


비가 옵니다.
매년마다 그래왔듯이 장마라는 이름으로 연중행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듯 하다.
지금 이 시간 보고싶은 사람도 생각나는 사람도 그리고 간절히 내 앞에 지금
당장 나타나 주기를 원하는 이도 전혀 없는 넋 나간 듯한 느낌의 멍청한 오후다.
내가 누군가에게 잊혀져 가는 걸 싫어하면서, 이 순간 전혀 생각나는 이가
없다고 말하면 나의 지나친 이기심인가. 보고싶어 못 견디는 이가 없는 것도
뭐 그리 자랑될 만한 일도 아니지. 하루하루를 이렇게 별 의미 없이 보내다가는
삼십중반으로 가고 있는 남들이 봐 주는 여자로써의 생명이 식을까 두렵다.
지나간 시간을 흔적 없이 흘려보내기를 좋아하지만, 자의에 의해서 부여된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별 애착 없이 주어진 이십사시간을 내팽개치고 있다.
다리가 붓는 기분이라 걸어 다니는 것도 몸이 무거워 자유스럽지 못해 온몸이
축축 늘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혼자만 기분 나쁜 하루인 것 같다.
옆방에 있는 영진 언니는 몸이 너무 괴로워 결국은 양호실 신세를 지고
있지만, 나 또한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만족해하기에는 언니보다 나이가 너무 작다.
설탕커피로 이 시간을 채워 보려고 진하게 한잔하고 있지만, 기분전환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실컷 공감이 형성되는 이야기로 수다를 떠는 게 최고인데..
다람쥐만 쳇바퀴 도는 게 아니라, 조물주의 강제적 생명부여에 의해 태어난
불쌍한 인간들도 똑같이 매일매일 쳇바퀴를 돌리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몸이 피곤하여 정신도 흐릿해져서 좋은 점이 있다면, 생각하기 싫은 지난 일들이
까마득히 뒤로 넘어가면서 완전히 타인의 일 같이 몽롱하게 느껴진다.
오늘 만한 내일을 원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자로써 가지는 아무 탈없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지기에는 흐르는 세월이 너무 권태롭다..
삶에 만족하자...
내 몸에 의하여 기생하는 작은 생물들을 위해서라도, 엄마가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주희를 위해서라도, 호적상에 등록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선희를 책임져야한다는 막강한 임무를 띤 종훈씨를 위해서라도,
하루의 권태에서 벗어나 뭔가에 만족을 해야겠다.
하다못해 며칠 전에 도박 같은 인형낚시걸이 게임이라도 하면서 삶에
강한 애착을 느껴야겠다는 생각을 퇴근시간이 되니깐 뚜렷이 하게 되는 건
출근해서 근무하는 매여진 생활에 대한 조금의 넋두리 같은 한탄인가 싶다...

....언니야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