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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답답한 가슴.....


BY 왕아줌마 2000-07-13

우리회사는 전국 여러곳에 지방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인사철만되면 발령지로 이사를 오가느라고 정신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조직의 인원조정"인지 뭔지가 있어서 인사철도 아닌 2월부터 계속해서 인사문제가 직원들 사이에서 큰 이슈거리였다. 특히 인원조정대상이 되는 우리 직종은 더욱 큰 문제였고 적지않게 내부적으로 심적 갈등이 대단했다. 왜냐면 우리들중 누군가는 불편한 산골 공사현장에 가야 했으니까....

누가 가야 할것인가?...
다들 눈치만 보는 상황에서 ㅇㅇ대리는 자기는 갈수없다면서 부서장에게 편지를 보냈고 우리내부에서는 인사원칙이라는 걸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상한 현장발령 순서를 정해놓은 인사원칙에 따라 대리 4년차인 내가 그 대상으로 결정이 되었다. 남편이랑 떨어져, 가는데만 6시간 이상씩 걸리는 산골에서 혼자 생활한다는건 정말 암담했다. 그래서 근무조건이 좀더 낳은 곳을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던차에 같은 직종 중에 본사에 근무하는 한사람이 퇴사를 해서 본사에 한자리가 비게되었고 우리부서에서 현장발령대상인 사람이 본사로 발령나는 것으로 인사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퇴사한 사람에겐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현부서에서 잔류를 고집한ㅇㅇ대리나 현장발령 대상자였던 나에게 모두 좋은 결과가 된 것이다.

난 처음 ㅇㅇ대리가 현장발령을 거부했을때 그의 의도를 좋은 쪽으로 해석해주고 싶었다. "애가 둘이나 되고 남자 혼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주말부부생활을 하기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겠지라고 생각했다.

인사이동이 일단락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장발령이 절대 불가능하기때문에 현재 부서에 잔류를 희망했던 그 ㅇㅇ대리가 과장에게 자기가 본사로 들어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난 인사문제가 불거진 2월부터 발령문제가 끝난 7월까지 5개월 동안 너무 괴로웠다. 사무실에서 나 혼자같은 느낌, 혼자 고된 현장에서 살아야한다는 암담함, 결혼 3년차인데도 안생기는 2세문제같은 고민들이 산더미 같았다 그래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어디다 두고 하소연 할수도 없었다. 왜냐면 인사원칙을 따라야 하니까.

하지만 죽어도 현장발령은 받기 싫고 현재 부서를 떠날 수없다는 사람이 본사에 자리가 생기니까 생각이 180도 바뀌어서 내가 지금부서에 남아준다면 자기가 본사에 가고 싶다고 은근히 고집을 피우는 기세다.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난 정말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