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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폭발사건


BY 손미애 2000-07-16

저녁시간이었어요.
갈비찜을 하려는데 마땅한 냄비가 없어서 오래 전 쓰던 수동식 압력밥솥을 꺼냈읍니다.
꽤 오래 갈비를 쪘고 이제 그만 불에서 내려야지 하려는데 식구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더군요.
솥안에 국물이 저절로 빠져 나가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더군요.
혹시 이게 압력을 못 이겨 잘못 될지 모른다는 과학적인 이론을 들먹이며 베란다로 솥을 옮겼지요.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에도 밥을 했을때 급하면 수증기를 조금 빼 낸 후에 뚜껑을 열어 한꺼번에 빼낸 기억이 나기에 시도해 보려구요..
솥뚜껑안에 있는 고무 바킹이 잘 열리지 않는지 힘주어 열어도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오기가 있지,포기하지 않고 뚜껑을 열고자 안간힘....
순간!"뻥"하며 뚜껑이 공중으로 날아가고 잠시 혼미해진 전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 봤어요.
베란다에 널부러져 있는 갈비들이 보이더군요.
솥안엔 갈비국물과 갈비 뼈다귀만 덩그마니 남아있구요.
식구들은 냄새 좋다며 몰려오는데 이때다,전 널부러져 있는 갈비 몇점을 주었읍니다.
물에 살짝 씻어 국물에 슬쩍 넣고 '다 날아가고 요건 건졌네'하며 상을 차렸읍니다.
베란다바닥과 창문까지 그 아까운 갈비국물이 흔건한데 핥아 먹을 수도 없고 눈물을 머금고 닦아냈죠.
생명건진것만 해도 다행이다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