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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퍼온 글입니다.오늘 우리성당주보에 난 신부님의 글)


BY 말그미 2000-07-16

부제시절. 복날을 앞두고 본당 신부님께서 물어 보셨다. "박 부제, 개고기 잘 먹냐?" "예, 잘 먹습니다. 그러자 신부님께서는 흐뭇한 표정으로 단언하셨다. "그럼 신부될 자질이 충분하다."
왜 신부님들이 개고기를 즐기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할 식도락의 풍습이 실은 박해시대로부터 내려온 것임을 모르시는 까닭이다. 박해의 칼날을 피해서 산골에 교우촌을 이룬 옛 신앙 선조들이 동물성 영양분을 얻을 수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를 잡는 것밖에 없었다. 사람 먹을 양식도 모자란 터에 돼지를 키울 수도 없었고 더군다나 든든한 농사꾼인 소를 잡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보신탕을 "신앙 선조들의 삶을 되새기게 하는 표지"라고 일컫는 궤변도 가능할 법하다. 따지고 보면 천주교인들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개고기 섭식 자체가 "보릿고개" 운운하는 고달프고 배고팠던 과거에 닿아있다. 기르던 개를 잡아서라도 부지해야 할 질긴 목숨이여! 오늘날,복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개고기를 ?는 직장인들의 후줄근한 와이샤쓰 자락에서 또 다른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초상을 본다. 보신탕을 먹고서라도 경쟁속에 살아 남고자 애쓰는 이들, 스스로 전사이고 싶지 않은 전사들의 지친 어깨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빈곤의 냄새를 맡는다. 세월이 가도 우리는 왜 이렇게 고달파야 할까. 이 빈곤의 망령은 언제쯤 우리를 떠날까.

성당주보에 실린 글입니다. 삼복 더위라 보신탕 예기가 분분해서 그냥 올려 봅니다. 타종교를 믿어시는 신자분들의 오해가 없어시기를 바랍니다
올린 사람 말그미(안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