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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눈물이 흐른다(2)


BY 김미연 2000-07-22

우선 많은 사람들이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아 주었다는 것에 조금은 시원함 같은 것을 느낌니다.
며칠전엔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을 뜨고 있는것도 감고 있는것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당하고 보니 담담하군요.
몇해전 친정아빠가 고모부 보증을 섰습니다. 부도가 났구 작년에 친정집이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경락이 되고서야 자식들에게 알려 뒤늦게 수습을해 집을 되찾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휴유증을 앓고 있습니다.친정부모님은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벌면서 갚아야지 없는데 어쩌겠느냐, 숨통을 틔워주어야 숨을 쉴것 아니냐며 야단인 나를 다독여 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났고 어제 고모부는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습니다. 간암 선고를 받고 정확히 열흘을 살고.
어마어마한 빛만 우리에게 남겨놓고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경매가 또 들어 온거에요.
작년에 돈이 모자라 갚지 않고 미루어온 곳에서.
고모부는 수습을 해주겠다고 얘기만 하고 그냥 이렇게 가버렸네요. 우리만 너무나 힘들게 만들어 놓구서 말이에요.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너무나 친하게 지내던 세입자가 그야말로 장모님과 사위라고 생각할 정도로 숟가락을 셀만큼 친하게 지내던 아래층 아저씨 아줌마가 엄마 아빠를 배신 한거예요. 작년에 우리친정집을 다른 사람을 시켜 경락을 받으려고 한거예요 배은 망덕한 사람들. 200만원에 8만원짜리 월세 사는 오빠한테 3부이자 받는 동생을 보고 친정엄마가 그사람들이 너무 불쌍하더래요. 그래서 앞집에 살던 그 사람들을 우리집에 들어와 살으라고 하고 모자라는 전세금은 은행융자를 받을수 있도록 도와주었구 참 좋은 사람들이라고 믿었었는데.
친정이 대학교 바로 앞이라 하숙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세입자가 나갈때마다 방을 하나씩 늘려 하숙을 할수 있게 친정엄마가 도와주어 우리집에 온지 5년 만에 꽤 돈을 모았고 아들을 캐나다에 유학까지 보내고 살게 되었거든요 그와중에 방을 늘릴때 모자라면 융통도 해주고 우리집 담보로 싸게 은행 융자도 받아 주고 아들 학비 보낼때 모자라면 보험 약관대출까지 받아 싸게 돈 쓰라고 배려해주고 그랬는데 그렇게 살았던 그 사람들이 우리집이 경락되어 돈구하러 이리저리 뛰어 다닐때 돈100만원도 안내놓는 거에요.
작년가을에 스스로 나간다고 하더니 지금은 철천지 왠수가되어 소송진행중이잖아요
전세금에서 빌려간 돈과 일년이 넘게 밀린 이자와월세를 제하면 찾아갈돈이 없는데도 차용증을 써준게 없다는 것을 빌미로 돈을 빌려가지 않았다고 발뺌을 하는거에요. 본인이 써준 이자와 월세 내역이 있는데도 법이라는 놈은 도장이 찍히지 않으면 안되고 부인의 채무를 남편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군요 남편이 모르면 어떻게 하숙을 할수 있었겠어요. 돈도 없던 사람들인데.
지금 6개월째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여지 혼자서 싸우다가 너무벅차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한꺼번에 닥친 이 어마어마한 일들을 감당하기가 힘들군요. 이제 이런일들을 감당해내기에 너무나 늙어버린 엄마아빠를 쳐다보면 가슴이 아픔니다. 엄마는 참 인자하신 분입니다. 내가 어렸을적엔 내눈물을 엄마가 닦아 주었지만 이젠 엄마의 눈물을 내가 닦아드려야 하는데 ...
이런 엄청난 일만을 남겨 놓고 정작 수습을 해주어야 할 사람은 이세상 사람이 아니여져 버렸으니 암담합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내부모님이 나쁘게 살지 않았다는 것과 (왠지 그것으로 나중에 복을 받을 수 있을것이라고 믿고 싶다.) 쓰러지지 않고 우리 옆에서 계셔준다는 것이 고맙습니다.
오늘이 발인 입니다. 참을 수 있으면 참아보고 그렇지 못하면 마지막 가는 길 붙들고서 소리 내어 울어 울어야 겠습니다.

답장 주신 분들의 글을 읽고서 같이 마음 아파해 주시는것 느끼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제 얘기를 더 글적 거리게 되는군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실명을 쓰지 않으니 저역시 실명이 쑥스러워 다음 글부터 boss로 바꾸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