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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앞두고..(신부님이 쓰신 글을 옮겼습니다)


BY 말그미(안젤라) 2000-07-23

기억 속의 이모네 과수원은 언제나 그리운 곳이다. 미루나무가 늘어선 구안 국도를 가다보면 안동에 못 미쳐 "일직" 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이모네 사과 과수원이 있었다. 사과밭 옆으로 강이 흘러서 멱감기에 제격이었고 사과나무에 기대서 낮잠을 자는 재미도 쏠쏠했다. 팔뚝만한 메기를 잡아 매운탕을 끊여 주시던 이모님 내외의 따뜻한 마음은 또 어떠하였던가!
하지만 정작 사과 과수원에 머물면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먹어 본 기억은 없다. 항상 얻어 먹는 것은 어딘가 상처가 나거나 짓무른 사과, 아니면 바람에 떨어진 낙과뿐. 때깔 좋은 사과, 빨갛게 익은 사과는 모두 서울로, 도시로 팔려 가야 하는 탓에 정작 농사 짓는 이들의 몫은 언제나 그런 사과일 수밖에 없었던게다.어디 사과만 그렇겠는가. 지금 도심의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농산물 중에서 농사 짓는 이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지.섬진강의 은어는 돈 많은 일본 관광객들 차지고, 최상품 과일은서울 강남에 모이고,그나마 괜찮은 작물들은 다른 대도시로 가고 그래도 손에 쥘 돈이 없는 농촌 사람들은 유배객마냥 도시로, 도시로 행렬을 이루고....
이제 아이들의 방학과 더불어 휴가철이 시작된다.간만에 도심을 빠져 나와 해방감을 만끽해 보려 하더라도, 거둘 것도 채 없이 농사짓는 이들의 마음은 헤아려 주시길. 논두렁에 비닐 봉지를 버리지 마시고, 차창 밖으로 담배 꽁초를 던지지 마시길, 제 대접을 못 받는 농촌에 추한 마음까지 던져 놓고 가지는 마시길...


오늘 우리 성당 주보에 신부님이 쓰신 글입니다. 휴가를 떠나시는 모든 분들이 한번쯤 읽어 보시고 떠났어면 해서 옮겨 적었습니다.
옮긴이 말그미(안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