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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열린


BY 뺨맞은 의사 2000-08-13

. 여기에서 의사들 욕하는 놈들좀 정신차리고 들으라고 몇마디 끄적거리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여기저기에서 그렇게 욕하는 '환자를 버린' 의사입니다. 그런데 버릴려면 확실히 버릴 것이지 걱정이 되어서 '참의료 진료단'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응급실 진료를 12시간 간격으로 교대로 하고 있는 중이지요. 참 바보 같은 짓입니다. 환자를 버렸다는다고 여기저기에서 욕을 먹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환자 걱정만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좌우지간 방금 환자를 보고 들어왔는데,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고 뺨따귀까지 한대 맞고 들어왔습니다. 환자는 Guillain-Barre's Syndrome(무식한 놈들은 뭔소리 하는 건지도 모를 것이니 설명해 주어야지. 감염 후유증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병이야 쨔샤!)으로 숨을 헐떡이면서 들어왔습니다. 뇌척수액 검사를 하고 사지의 반사를 살펴 보았는데 틀림없는 것 같더군요. 약을 사용해야 하는데 문제는 ABGA(환자의 호흡상태를 살펴보기 위하여 동맥혈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는 검사)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우습게도 환자가 멀쩡한 정신에 숨을 쉬지 못하게 되어서 헉헉거리고 있는데도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지 않으면 약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전에 비슷한 환자에게 약을 사용하였다가 의료보험관리 공단에서 삭감을 당한 것은 물론이요, 이런 사실을 안 환자/보호자들에게 소송까지 당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설명해주고 '환자분이 숨이 막혀서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야만 약을 쓸 수 있습니다'라고 정중히 설명해 드렸지요. 참 기가 막히지요. 무슨 법이 사람이 다 죽은 다음에야 약을 쓰도록 허락을 하다니 말입니다. 여러분은 멀쩡한 정신으로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어떤건지 상상이 가십니까? 의식과 감각은 멀쩡한데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고통을 아십니까? 사악한 보

복부 관리들과 의료보험관리공단, 그리고 무책임한 언론에서는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저희들의 손에서 빼앗고 있습니다. 당연히 환자와 보호자들은 불같이 화를 내셨습니다. 소리소리 지르면서 저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제 뺨을 때리더군요. 당장 약을 써서 환자를 살려내라고 말입니다. 제가 환자나 보호자라도 그렇게 하였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저기 게시판에서 의사들 욕을 하시는 분들 - 대부분 철이 없어서 바보같이 대중매체의 정보차단과 언론 조작에 속아서 그러시겠지만 - 은 자신이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한번만 생각해 보십시오. 제가 알기로는 보복부 직원들이나 의료보험관리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자신의 신분을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는 것이고 있습니다. 그들 자신이 현재의 의료제도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보험제도 그대로 진료를 하면 엄청난 고통은 물론이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데 만약 자신의 신분을 밝였다가 법데로 진료를 하면 큰일이니까요.



여기에서 기세등등하게 의사들을 비난하고 말도 되지 않는 엉터리 통계자료를 가지고 의료제도의 왜곡을 옹호하시는 분들도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저는 얼마전부터 열받아서 게시판마다 의사들을 비난하는 글을 쓴 사람들의 명단과 신분을 파악하고 있답니다. 물론 TV나 신문 등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글을 쓰는 기자들의 명단도 작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후에 의협게시판에 올릴 작정입니다. 그렇게 현 정부의 의료제도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분들이시니 법데로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하여서는 불만이 없으실테니까요. 여러분이 그렇게 잘 들먹이시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따라서 저희들은 저희들을 욕하고 폭행하고 저희들의 고혈을 빨아먹었던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진료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에 가서 제발 보험제도데로 진료하지 말아달라고 억지를 쓰지만 말아주십시오. 여러분들이 소망하시는데로 얼마든지 해드리겠습니다. 숨이막혀 죽어가는 환자들의 심정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십시오. 그러고 나서도 의사들을 비난하고 싶으시다면 저도 그 비난을 기꺼이 수긍하겠습니다.



도데체 사람이 죽어가는데 돈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이 천하에 천인공노할 악당들 같으니라구. 의사들이 악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인명을 경시하고 돈만 아는 '관료 - 의료보험관리공단 - 일부시민단체 - 언로 복합체'를 타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이 있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도 죽어가는 환자들을 앞에 놓고서 계속하여 돈타령만 하고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죽일놈덜....... 여기서 길길이 뛰는 놈들 다 어디 한번만 아파봐라..... 법데로 진료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