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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쇼*사소한 배신이 싫다


BY 칵테일 2000-08-15

난 참 순진한가보다. 아니면 바보였던가? 후후

내가 텔레비젼 프로를 챙겨보는 게 있다면, 거의 대부분이 유머나 개그프로그램들이다.

개그컨서트, 이홍렬쇼, 서세원쇼....같은 것!

인터넷을 하기 전에는 녹화를 해서라도 그 프로들은 꼭 봤다.
특히나 서세원쇼의 '토크박스'라는 프로는 어찌나 재미있던지, 남편을 치대서라도 꼭 함께 보려 하기까지.

그런데 인터넷을 하고 난 후, 난 그 토크박스에 배신감을 느꼈다.

몇명의 연예인이 나와서 자신의 체험담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재미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저들은 나보다도 훨씬 어린 사람들인데, 저리도 재미있는 일들을 겪었을까 싶고, 또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조리있게 표현해내는 그들의 재치를 높이 샀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유머를 좋아하다보니, 난 유머를 전문으로 게시하는 사이트를 몇군데 '즐겨찾기'에 등록해 놓고 있다.
물론 자주 그 사이트들을 찾으면서 컴앞에 앉아 하하 호호 하는 그 즐거움을 무엇과 비교할까.

그러다가 그 토크박스를 보게 되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신이 겪었다던 그 에피소드가 이미 내가 유머사이트에서 (어쩔 땐 몇군데서 동시에 중복되게 본 적도 있다.)읽은 유머 내용인 것은.

처음엔 내가 나를 의심했다. 어, 이거 재방송아니고 본방송인데 이상하다.... 내가 뭘 착각했나? 분명히 내가 본 내용인데?

그런데 그것이 단 그때 뿐이 아닌 게 문제. 각종 유머사이트에는 최신 유머가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것들이 쏟아져나온다. 물론 나도 취사선택을 해서 보는 편이지만, 그렇게 자신의 체험인양 유머의 내용과 겹치는 사연들이 점점 많았다.
아니, 내가 그런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남편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대번에 하는 말,
"그럼, 걔네들이라고 허구헌날 인생이 재미있었겠어? 소재가 딸리니까 유머같은 데 찾아다니면서 적당한 거로 각색한거지. 그걸 믿었어?? 으이구. 순진한 마누라~"

"그럼...... 그게 다 진실이 아니었단 말이얏????"

그렇답니다요. 넹넹.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서세원쇼를 나는 더 이상 보지 않는다.
물론 유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도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을 마치 자기가 체험한 일인양 오도하는 일엔 심한 배신감(?)내지는 거부감이 든다.

예전에는 옴니버스형 코메디가 유행하더니, 점점 개그가 형식극이 아닌 말장난, 형식파괴로 그 궤를 달리 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변하든, 난 그들의 유머를 즐길 것이지만, 서세원쇼에서 보여준 가짜체험사례유머는 싫다.

차라리 개그컨서트같은 데서 보여주듯, 당당히 유머로서 보여주면 어디서 미리 본 거라 할지라도 그들의 새롭게 표현해내는 것을 즐기는 색다름도 줄 수 있는 것인데......

내가 너무 방송계쪽에 문외한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세원쇼 자체에 대한 거부감까지 들었으니 비단 이게 나만의 문제일까? 후후... 나는 그것이 궁금해지네.



칵테일
(남들 다 쉬는 공휴일, 남편이 잡지인터뷰 준비 차, 회사에 나가버리니 오늘 유난히 심심하네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