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8

물에 쓴 편지


BY 큰소리 2000-08-18






물에 쓴 편지 ( 2 )

- 시인 김 서정-

이제 더 미룰 수 없기에

또 강으로 간다.

잠드는 시간도 아까운 가을

마지막 쓰고픈 아야기가 있지


내 가슴 퍼렇게 멍든 것

치떨던 배반자의 상처

남이 나에게

내가 남에게

깨뜨린 영혼의 아픔들

전부를 물에다 쓴다.


온종일 쓴다.

오후에는 가쁜 숨이 물에 가라 앉는다.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고

누가 그랬던가


사랑했어야 할 일에

사랑 못해 돌아서게 한 일

끝내 와서는 안될 그리움도 쓴다.

후회와 깨달음 끝에

빌지 못한 용서에 대해서도


강물에 쓴 글자마다

흘러흘러 바다에 이를 때

하얀 시의 물살로 부서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