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8월 27일 부로 중등교사 자격증 취득후 단 몇개월의 보수교육을 받은 교사들이 정식교사로, 그것도 자기의 전공을 살린 전담교사가 아닌 정규 교사( 담임으로서 전과목 및 아동관리까지 책임짐 )로 전국의 초등학교에 발령이 났습니다.
이날이야 말로 우리 나라 초등교육이 또 다시 50년전으로 후퇴하는 비극적인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초등에 몸담고 있는 뜻있는 교사들 뿐이라는 사실에 목놓아 울고 싶은 마음입니다.
정식교사로서 발령장을 받아오신 선생님들 개인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들 역시 잘못된 교원수급정책의 피해자들로서 중고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호구지책으로 초등학교에 몸담게 된 불행한 사람들일 뿐이지요.
이 정책을 마련한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 과거에는 고등학교 졸업한 사람도 양성소에서 단기교육받고 "국민학교" 교사노릇을 충분히 했다. 교육대학은 아니지만 대학출신에 그것도 초등학교보다 등급이 높은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들에게 초등교사 자격증을 준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 초등교사가 되려고 교대에 지원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형편이 넉넉치 못한편이나 사범대 출신들은 경제적 환경이 비교적 좋은편이어서 이들이 초등교사들에 대한 일반인 들의 인식( 초등교사들은 월급이 쥐꼬리라서 꼬질꼬질하게 산다. 또는 몇 만원의 촌지에 목숨을 건다는 둥 )을 변화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초등교사 임용 대기자연수에서 한 중등 장학사가 지껄인 말임 )
- 우리 나라보다 잘 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도 우리나라처럼 교대출신만 초등교사가 되란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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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줌마들 4년제(이것도 짧지만)교육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초등교사 자격증이 주어지는 제도는 볼품없는 우리 나라 교육제도에서 그나마 큰 자랑거리였다는 사실을 한 번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6.25사변이후 부족한 교원을 채우기 위해 중졸, 고졸 출신들( 당시 사회에선 그나마 엘리트에 속했던 사람들이지요.)이 단기 양성교육을 통해 교단에 서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학교에 허드렛일을 맡아 보던 소사아저씨들(현재 주사님이라 호칭함)이 학교사정을 잘 안다 하여 교장선생님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합니다.
이런 비정규적인 방법에 의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은 교육적이든 비교육적이든 삐걱대며 굴러온 것입니다.
이렇게 자격이 검증되지 않은 교사들은 최근에 와서야 ( IMF가 닥치기 전에 운좋게도 퇴직금 빵빵하게 챙겨) 거의 퇴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교육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이유 중 상당부분은 이런 슬픈 교원수급 역사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줌마들, 초등교사 양성에 있어 갖추어진 정규 4년제 교육이 시작된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대충 1983년-그러니까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금 일선 초등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중 30대 중반의 선생님들이 그 첫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이전의 2년제 교육과정을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2년간의 계절제 수업을 통해 초등교육과정을 재이수 받으셨구요.
허준도 학교수업 안 받고 명의가 되었고, 신사임당도 교사 자격증 없이 자식교육 잘만 시켰다구요?
물론이지요. 하지만 교육대학교 4년의 교육과정은 초등교사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것들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라 저는 생각됩니다. 초등교사들의 자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최소한의 잣대는 된다는 것이죠.
의사들, 변호사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대학교에서 축구선수하다가 단지 1학기의 교직을 이수했다는 인연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정식발령 받으신 분도 계시구요, 해수욕장 포장마차에서 장사하다 이번 기회에 시험쳐서 정식 교사로 발령난 예도 있답니다.
( 제가 축구선수, 포장마차 아줌마 싸잡아 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 이해해 주세요.)
이들 중에는 음악, 체육, 미술 등 계열에서 초등교사들이 흉내낼 수 없는 기능을 지닌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 또한 교육을 걱정하는 많은 초등교사들처럼 보수체계는 정규교사와 같게 하되 전공과목을 살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예체능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전담교사가 되기를 원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숫자 놀음에 급급해 있는 교육관리들에게 그런 상식이 통할리가 만무하지요. (같은 돈을 주고 몇 개 과목만 가르친다는 것은 숫자놀음상 있을수 없는 일이지요. 질보다는 양이니깐...)
이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초등에 발을 담근 이 선생님들이 교직을 떠나려면 적어도 30년의 세월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또다시 50년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촌지, 성추행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교사들이 연일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 교사들을 철밥통끼고 밥이나 축내는 파렴치로 내세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교사정년단축을 비장의 카드인양 정부는 내세웠습니다. 이에 IMF 를 맞은 일반 국민들은 기업체에 근무하며 월급,보너스 빵빵하게 받던 시절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교사들에게 애꿎은 분풀이 시선을 보냈고 힘없는 교사집단은 찍소리 한번 못하고 정년단축이라는 사태를 맥놓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의약분업사태에서 보여준 의사,약사들의 대처 방법과는 비교가 되지요.)
정부와 언론의 교묘한 플레이 속에서 교단에는 전래없는 교사수급부족이라는 사태가 벌어 졌고, 이틈을 타 만성적체상태를 면치못했던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들의 취업난을 정부는 날쌔게 해결했던것이지요.
정책입안자들의 이러한 숫자 맞추기 놀음에서 결국 피해자는 누구일까요?
정규 교육을 받은 초등교사들이라구요? 천만에요. 속은 쓰리지만 교사들은 아닙니다.(주던 월급은 안 뺏아가거든요.)
이번 의약분업사태와 마찬가지로 그 피해자는 바로 이땅의 초등학교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인 것입니다.
매일 알게 모르게 엄청난 돈을 교육세로 고스란히 정부에 바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조차 헌신짝처럼 내팽겨쳐지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아줌마들, 촌지로 얼마를 해야하나 우리애가 오늘 발표를 얼마나 했나, 내 아이가 뒷자리로 밀려난게 아닌가 이런 속좁은 생각일랑 벗어 버리고 내 아이를 맡을 담임이 어떤 사람인가를, 그들이 내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그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어떤 곳인지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따져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내 아이를 가르칠 교사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것을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현명하고 힘있는 아줌마들이 되시기를 갈구합니다.
끝으로, 언론과 정부의 교묘한 플레이 속에서 우리 초등교육에 있어 시대에 역행하는 이런 사태를 미처 막지못한 우리 나라 초등교사들의 무능함을 자책하며 차후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또한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