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이지만 추석을 앞두고 딱 맞는 얘기입니다.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추석은 제게 있어 가슴아픈 명절입니다..-_-
설날이 추석보다 좋은 이유는 송편을 먹지 않기 때문입니다..
송편....그것은 제 인생에 전혀 도움을 안주는..-_- 나쁜 떡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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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일요일날...송편을 빚으러 시댁에 갔더랬습니다..
결혼하기전..집에 있을때..전 항상 송편빚기작업에서 열외되곤 했더랬습니다..
"이뇬이 지금 뭘 만드는거야~!!"
"응?? 지금 송편만들고 있잖아~"
"그게 니눈엔 송편으로 보이니?" -_-;;
그랬습니다.....
제가 만든건 항상 송편이라 불리기를 거부당하는..-_- 괴상망칙한 모양의
쌀가루반죽덩어리였을뿐이였습니다..-_-;;
"넌 저기 옆에 가서 콩나물대가리나 떼~!!" -_-;;;;
제게 할당되는건...콩나물머리떼기 작업뿐이였습니다..
저도 송편을 빚고 싶었습니다....
그러나...제가 빚어놓은 송편은 다른 사람들이 빚은 송편사이에서 개밥의
도토리처럼 보였습니다..-_-
그리고....쪄놓으면...항상 접시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_- 제가 먹곤
했습니다....-_-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듯...제가 만든 떡은 제가 보기에도
먹기에 부적절한 모양새였습니다..
그로인해 시어머니께서 전화로 송편빚으러 오라고 하셨을때...하늘이 노래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였습니다..
송편빚으러 가기전날 저녁....지점토반죽을 사왔더랬습니다..-_-
"왠 지점토~?? 꽃만들려구~?"
남편 이모씨..의아한 눈으로 지점토덩어리를 쳐다보며 묻더군요..
"꽃~~?? 후후후..내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마.." -_-
묵묵히 지점토덩어리반죽을 뚝 떼서 송편을 빚기 시작했습니다..-_-;;
"너 지금 뭐하는거야~?" -_-?
"묻지마.. 다쳐.." -_-;;;
10년간 빚어본적이 없는 송편...연습이 필요했습니다..-_-
그가 쳐다보자 손이 떨려..-_-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기에.. 지점토덩어리를
들고 마루에 나와 식탁에 앉아 송편빚기연습을 했더랬습니다..
잠시후 마루로 나온 남편 이모씨..
"뭐 만드는거야~??"
다섯개나 만들어놓았건만....남편 이모씨...그것이 송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더군요..-_-
"오빠.. 이게 뭐로 보여?"
남편 이모씨...송편하나를 집어들어 정밀분석연구를..-_- 하더군요..
"그렇게 심사숙고할 필요 없어~! 딱~ 쳐다보면 아~ 이거~ 하는거 없어?"
"도대체가 뭔지 난 모르겠어.." -_-
남편 이모씨의 목에 팔을 넣어..뒤로 지긋이 꺽어주었습니다..-_-+
"켁켁~ 왜 목을 꺽구 난리야~!! 이 찌그러진 동그란게 뭔지 내가 알게
뭐야~!!"
찌그러진 동그란것.......
제가 만든 송편에 붙여진 이름이였습니다...-_-
"혹시..아주 약간..조금이라도..이게 송편일것같은.. 느낌은 들지않아~?"
"푸하하하하하하핫~~~~~"
그를 손봐주느라..-_-;; 송편빚기연습은 거기서 중단되고 말았습니다..-_-
그리고.....결전의 날이 밝아..-_- 시댁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사람이 하나 늘었으니 빨리 빚겠네~"
"동서, 송편 잘 빚지? 이쁘게 잘 빚을것 같은데.."
형님들의 말이 송곳이 되어 제가슴에 와 꽂혔습니다..팍~ 팍~ -_-
그리고....송편빚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를 가지고 조물락거리다...끝내 속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호.호.호.홋~ 반죽이..좀 된가 봐요~"
그러나...제반죽만 된것인지..형님들은 이쁘게 잘도 빚었습니다..-_-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기가 자고 있는 방으로 슬그머니 갔더랬습니다..
하은아, 이 못난 에미를 용서해다오..-_-
쌔근쌔근 잘 자고 있는 하은이의 볼때기를 살포시 꼬집어뜯었습니다..-_-;;
깨지 않았습니다..
다시 엉덩이를 까서..-_- 슬그머니 꼬집었더랬습니다..-_-;;;;
잠을 방해받은 하은이...신경질을 내며 잠에서 깨어나더군요..
찡찡거리며 신경질내는 하은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더랬습니다..
"아휴~~ 송편 좀 빚을랬더니..애기가 깼네요..호.호.호.홋~~~" -_-;;
그러나....남편 이모씨..얼른 달려와 하은이를 받아안더군요..
"우리 천사 깼어~? 룰룰룰루루~~~ 아빠가 너 깨기만 기다렸어~"
남편 이모씨를.. 송편반죽으로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시키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_- 시어머니와 형님 두분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었습니다..-_-
송편을 빚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송편 4개를 빚었을때였습니다..
"얘, 막내야.. 저기 냉장고안에 보면 밤있거든~ 그거 깍아라.." -_-
시어머니...제게 밤깍기를 종용하시더군요..-_-;;
콩나물머리떼기보다는 약간 고차원적인 일이긴 했지만..-_-;; 송편빚기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였습니다..
밤을 다 깍은 뒤.. 할일이 없어 다시 송편빚기에 슬그머니 끼어들었습니다..
송편빚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였기 때문에..저는 남편 이모씨에게 줄 특별한
송편을 빚기로 했습니다..
하트모양 송편을요...^^;; 퓨
조물락조물락 심혈을 기울여 하트모양 송편을 만들었더랬습니다..
그리고..조카들이 만들어놓은 송편옆에 슬그머니 끼워놓았습니다..
그러나...슬그머니 끼워놓는 현장을..그만 큰형님께 들키고 말았습니다..-_-
"어머~ 동서~ 그거 뭐야~? 오호호호호홋~~~"
제 하트모양송편은 큰형님손에서 작은형님손으로...그리고..시어머니의 손에까지
전달이 되었습니다..-_-
"먹는걸로 장난치는거 아니다, 아가.." -_-
"자..장난친게 아니구요, 어머니..저..오빠한테 주려구요..." ^^;;;
"...별 짓을 다하는구나.." -_-
어쨌든 큰형님, 작은형님의 킥킥거림속에..-_- 제 하트모양송편은 찜통속에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더랬습니다..
그리고....송편이 다 쪄질 무렵...솥뚜껑을 여신 시어머니...절 부르시더군요..
"니꺼.. 속 터졌다~~" -_-;;;
송편....끝내 절 배신하고 말더군요..
전 정말 송편이 싫습니다...........
물론 먹는 건 좋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