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된 아이가 기관지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의료대란이라지만 그래도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있어 입원수속을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모자라는 병실때문에 할 수 없이 일인실로 가게 되었다.
짐을 정리하고 아이가 잠들었길래 잠시 밖으로 나왔다.
병실 바로 밖이 베란다로 연결되 있어 아이가 깨더라도 금방 알 수가 있었기에
자판기의 커피 한잔으로 한가함을 누리고 싶어서 밖이 보이는 쪽으로 앉았다.
달작지근한 커피맛이 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해 주었는데 시선이 창 밖으로 고정되며
더이상 커피를 마실수가 없었다.
질척거리며 비가 오고 있는데 안으로도 못이 쳐져 잠겨있는 창밖 조그만 베란다 구석에 비둘기 한마리가
꼼작도 없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어딘가 다친 모양이었다.
과자부스러기라도 주려고 했지만 무심하게도 창문은 열 수가 없었다.
아이의 깨는듯한 소리에 얼른 방으로 들어왔지만 생각은 밖의 비둘기에게 가 있었다.
그래 아마도 비를 너무 맞아서 감기라도 들었나보군...
아니면 다리라도 부러졌거나..죽었나...꼼작 않는것이 좀 불안해 보이긴 했는데...
의사가 왔다가고 간호사가와 보이지 않는 핏줄을 찾아 여러번 만에 링겔 병을 아이의 손등에 꽂고 나갔다.
아이와 같이 울음을 터트린 나를 간호사가 달래고(한 번 당해보시라 얼마나 불쌍한지)
높이 매달린 링겔병을 모빌인양 아이가 보고 놀고있다.
아 그래 비둘기...
다시 나가봤는데 아직도 꼼작않고 그러고 있다.
환자복을 입은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여러날 저러고 있더란다.
죽지는 않은것 같은데 저러고만 있다고하니 내 호기심은 주체하질 못하고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다.
하루 이틀 사흘...못할 짓이다 병원에서 갇혀 지내는것이
남편은 큰아이 데리고 집으로 왔다갔다하고 자구만 빠지는 링겔바늘때문에 매일 발등이며 손등을 찔러대는 저 간호사도 밉고...
나흘째인가 우리가 병원엘 온지 아니 그 비둘기를 발견한지가...
밖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부리나케 나갔다.
세상에...이럴 수가...눈물이 나오는걸 사람들 때문에 억지로 참았다.
그 엄마 비둘기는 보이지 않고 좁은 그 공간에 솜털도 없는 비둘기 새끼 두 마리가 아무렇게나 나뒹구러져 있는게 아닌가
움직인다 꿈틀거림이 두 마리다 살아 있다.
그동안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비가 그렇게 오는데도 그 폭우를 다 맞으며 움직이면 알에 비라도 맞을까 그렇게 죽은 듯이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갔을까 그렇게 소중한 새끼둘울 버려두고
밤이되자 언제 왔는지 이번엔 비둘기 두 마리가 같이 새기들 곁에 날아와 있다.
아무래도 아빠인듯한데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
새끼들은 계속해서 젖은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비둘기가 새끼들을 어떻게 키우는지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사람못지 않게 제 새기들을 보살필것이 틀림이 없다.
일 주일 만에 퇴원해 집에 와 있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갔을까...아니면 끝없는 이 폭우속에서
사고를 당하진 않았을까...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제 식구들과 살아 날아갔으면 좋겠다..
아이의 입원덕(?)에 이번 추석은 편하게 지냈지만 그때의 비둘기가 꿈에서 까지 보이며 안타깝게 한다.
아마도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