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아버지가 직장암으로 대수술을 받으신지 벌써 한달째
아들없는집에 엄마도 몸이 불편하시니 두 딸들이 번갈아 가며
병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피곤하고 힘든 날들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나날이 회복되어가시는 아버지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
아버지가 계신 병실은 5인실이다.
외과 병동이라 주로 맹장수술환자들이 많지만 중병으로 대수술을
받은 환자들도 꽤 있는편이다.
어떤 환자는 담석증 수술을 받았는데 가계를 하는 사람인지
환갑을 넘긴 연세고 장성한 아들들이 있는데도 연신 핸드폰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계산기를 두드려댄다.
어느땐 식탁용 테이블 하나 가득 서류를 늘어 놓고 무언가
얼심히 쓰고 있다.
어제 오후에 새로 들어온 사십대 환자
겉으로 보기엔 건강해 보이는데 공중전화를 걸다가 우연히
그 부인이 누군가에게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암이란다.
부인은 울면서 이대로 두면 하반신 마비가 올수도 있다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탄식이고 환자의 친구인 듯한 남자는 다른병으로 일단 둘러대자며 달랜다.
전화를 걸고 다시 병실로 돌아와 보니 그 부인 언제 울었나 싶게 환한 얼굴로 남편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친구는 올림픽 경기를 보며 웃고 떠들고....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은 다리주물러 달라고 보챈다.
아버지 역시 처음엔 옆 침대의 췌장암 환자를 보시며 측은해 하셨으니까...
병실을 드나드는 간호사들을 보면 같은 직업을 가지고 저렇게
다를수 있구나 하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피부가 하얗고 얼굴이 동그란 간호사는 언제봐도 표정이 어둡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한달내내 같은 표정이다.
단발머리에 몸집이 통통하고 귀염성있게 생긴 간호사
그녀가 병실에 들어 오면 병실안은 한순간 생기가 돈다.
언제나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밝은 목소리로 환자를 대하고
때론 가벼운 농담도 건네는 그녀는 언제봐도 씩씩하다.
나는 그 간호사를 보며 생각했다.
난 과연 다른이에게 어떤 표정으로 각인되었을까..,
그 간호사 처럼 항상 우울하고 힘든표정으로 비춰진건 아니었을까?
이제부터라도 나의 얼굴을 잘 관리해야겠다.
그래서 다른이들이 나를보며 마음이 밝아질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보내는 조금은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것인지를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