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때의 일이었죠.
저와 둘째언니는 같이 자취를 하고있고
큰언니는 병원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 있거덩요.
그래서 여느때처럼 이번추석에도
세자매가 서울역에서 만나 같이
내려가기로 했답니다.
기차표는 미리 끈어두어
둘째언니가 잘 모셔두었구요.
기차출발시각은 오후 3시 20분
우리 세자매가 서울역에서 만난건
한시였죠.
우리 세자매 같은 서울하늘에 살아도
이쪽 끝과 저쪽 끝이라 만나기도
쉽지 않죠. 그래서 일찍 만나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나는것 사먹고
돈을 지불하려고 가방을 뒤지던
둘째언니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는거예여.
마치 도둑맞은집 보석함 제일먼저
살펴보듯 정신없이 가방을 헤집더니
이내 푹 쳐지는 둘째언니의 모습을
보고 아차 싶었죠.
성깔 꽤나 있는 큰언니 대충 짐작한듯
때져묻더군요.
"너 혹시 차표?
말없이 고개만 끄떡이는 둘째언니
참 안돼보입디다.
예전부터 큰언니와 둘째언니 만났다 하면
싸우고 터지고 하는게 일일만큼 서로의
사이가 좋으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게
중간에 끼인 저랍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요.
왠지 둘다 신났다 싶더니...
평소엔 토시한마디 뒤지지 않고 말대답을 꼬박꼬박
하던 둘째언니 그날은 꽤나 미안했던지
암말 안고 고개만 숙이고 있더군여.
" 너 지금 빨리 가서 차표가져와. 차표없으면
우리 집에 못가. 빨리가져와!"
식당에서 화를 버럭내는 큰언니땜시
다른 손님들 눈도 휘둥그레!
암튼 둘째언니 서울역에서 30분거리인 집에까지
발에 불이나도록 뛰고 버스타고 또 뛰고 그리고
정확히 한시간 후에 다시 서울역에 도착했슴당,
도착한 시각이 3시 10분경.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던 큰언니 그때서야
살포시 미소를 띄우고 금새 숨넘어갈것 같은
둘째언니에게 수고했다 말 한마디 건네고
"숨차지? 일단 차표부터꺼내. 딴사람들 벌써 안으로 다
들어갔어"
그런데 숨을 헐떡이며 가방을 열어보는 둘째언니
뭔가 좀 이상하다싶었져.
아까와 똑같이 가방을 이리저리 뒤지고 또 뒤지고
지갑도 열어보고 해도 차표는 안보이는거예여.
"어떡해, 분명히 지갑에 넣었는데.. " 울상을 지으며
가방을 뒤지는 둘째 언니 앞에서 큰언니와 난
이미 할말을 잃어버렸져.
왠지 아까보다 더 이뻐보인다 했더니
집에가서 차표안가져오고 화장 고치고 왔나?
그땐 정말 언니 안하구 싶더라구여.
추석전날이라 차표는 이미 매진이었고
임시표라도 없나 기웃거렸지만 결국엔 차표를
못구하고 그렇다고 안내려갈수도 없고 임시방편으로
역근처에 대비해있는 관광버스를 타고가기로 했죠.
왕복으로 끈어놓고 결국엔 그차표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관광버스타고 시골에 내려가는 불쌍한 신세가 되어버렸죠.
한사람당 이만원씩. 세자매 합해서 내려가는 차비만해도
거금 6만원. 띠용~~~
집에 내려갔다 올라와 보니 방바닥에 덩그러니
차표가 놓여있더군여. 그옆에 손거울이며
입술 덧칠하고 눈썹 덧칠하고 하느라 이리저리
널려 있는 화장품들...
외모에 신경쓰느라 어디 차표챙길겨를 있었겠어요.
"역에 있는 화장실 놔두고 집에까지 숨이 닳도록
달려가서 화장고치면 더 예쁘대?" 저의 한마디에
그래도 좀 겸연쩍었는지 한마디 한다.
미안해~~ 나 잘알잖아. 화장발빼면 시첸거.
오늘 본거 큰언니한테 절대 말 안하는거다. 알았지?
정말 못말리는 둘째언니.. 그 애교땜에 내가 봐줬져.
암튼 그때 일로 지금도 통화만 하면 싸우는 큰언니와
둘째언니땜시 지켜보는 내가 더 힘들어 죽겠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