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6일 정론탁설> - 장 기 표 -
21세기 새천년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21세기는 과연 어떤 사회, 어떤 시대가 될 것인지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특히 사회학자, 역사학자, 문명사가, 과학자, 정치인 등 수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 대해 예측을 했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을 예언했었고, 프란시스후꾸야마는 역사의 종언을 예언했으며, 앨빈 토플러 등은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천명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서양의 시대는 가고 동양의 시대가 도래하리라고 보았으며, 특히 아시아태평양시대가 도래하리라고 보기도 하고, 일본의 시대, 중국의 시대, 중국·인도의 시대 등이 도래하리라고 예측했다.
그 밖에도 21세기가 어떤 시대가 되리라고 예측한 것은 수없이 많다. 전세계가 8개 문명권으로 나누어져 대결하리라는 관측도 있고, 미국 중심의 세계 곧 pax americana가 지속되리라는 관측도 있고, 과잉인구, 환경파괴, 물부족 등으로 인간이 엄청난 재앙을 겪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이 모든 주장은 모두가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로는 위의 견해들은 사회현상을 있는 그대로 본 것일 뿐 인간의 합목적적 행위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과 그 인간의 합목적적 행위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인간의 합목 적적 행위라고 해서 사물의 발전법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 사물의 발전법칙에 가장 부합할 수 있도록 인간이 행동하게 되면 그것은 합목 적적 행위가 된다. 그래서 인간의 합목적적 행위로 세계를 변화 발전 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21세기는 '나'의 시대가 되리라고 보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정보문명시대의 도래로 신제품과 자동화로 물질적 풍요를 달성하는가 하면 대중의 역량이 강화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참된 자유, 참된 복지, 참된 평화, 참된 행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말하자면 인간의 해방된 삶이 실현되게 되었다. 다만 필자가 보는 인간해방은 인간이 아무런 불만과 갈등을 갖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불만과 갈등이 있되 이것이 인간을 불행케 하는 요인이 아니라 그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는 노력 곧 새로운 창조와 생산을 통해 기쁨을 얻어가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해방된 삶을 실현하는 시대가 될 것이고 이것은 '나'의 시대가 될 것임을 말해준다.
하이젠벨그의 불확정성의 원리라든가 토플러의 권력이동, 네트워크시대, 소비자주권 등은 모두 개개인의 중요성과 독립성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해 둘 일은 '나'의 시대가 된다고 해서 나만 생각하고 남은 생각하지 않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정반대다. 진실로 나를 위하고자 한다면 남을 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기주의자는 사실 자기를 욕되게 하는 자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남을 때리고 남을 깔보고 남에게 아첨하는 일, 거짓말을 하고 게으르고 허욕을 부리는 일은 모두가 다 자기를 욕되게 하는 일일뿐이다.
그래서 진실로 나를 위해 행동함으로써 사회전체를 위할 수 있는시대가 곧 21세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곧 인간의 해방된 삶이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21세기가 '나'의 시대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면 내가 사회의 모든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사회분위기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석가의 말대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존재라면 나쁜 짓이나 사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지는 못할것이다. 나로 하여금 참인간이 되게 하는 일, 내가 참기쁨을 얻을 수있는 일, 내가 주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나는 해방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21세기는 바로 이런 시대가 될 것이다.
필자가 이 글을 쓰는 것은 각 신문과 방송에서의 신년대담을 통한 21세기 진단이 철학의 빈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 인구문제, 식량문제, 물문제, 실업문제, 빈부양극화 등의 문제가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일 뿐 이루
어가야 할 목표는 아니다. 삶이 있고 국가가 있으면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가 없는 삶, 목표가 없는 국가운영은 오히려 인간의 불행을 증대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