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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사건


BY myheart 2000-11-20

이 곳에 있는 재미있는 글들을 읽으니 고등학교 시절의

일명 "버스 사건"이 생각나네요.

학생시절 누구나 단짝이 있잖아요? 제게도 그런 단짝 친

구가 있었지요. 화장실 갈때가 되면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안마려워도 친구가 볼일을 본다면 꼭 같이 동행해주고...

뭐 그런 추억들이 모두가 많을 거에요.

암튼..저의 단짝 친구는 저보다 쬐끔...아주 쬐끔 더 착했

던 관계로 방과후 집에 갈때 꼭 제가 먼저 버스타는 걸 본

후에 집에 가는 아주 아주 착한 친구였지요. 고3 어느날 자

율 학습을 끝내고 아마 9시가 넘은 시간이었을거에요. 그날

도 친구는 제가 버스타는 걸 보고 간다고 버스정류장에서 저

의 버스를 같이 기다려주고 있었지요..참...그친구는 제가 버

스를 타고 가면 길을 한번 건너서 맞은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야했답니다.

날은 춥고 그날따라 버스는 무쟈게 안오더라구요. 저는 슬슬

미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야..오늘은 너 그냥 가라.."

"아니야..많이 기다렸는데 이젠 금방 오겠지.."

그런데 미안하게도 건너편엔 그 친구가 타고 가야할 버스가

계속 지나가는거에요.

"야...진짜 오늘은 가라.."

"아니래도..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이젠 진짜 오겠지"

아니..왠 꽁고집도...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친구는 거의

짜증섞인..화난거 같은 목소리더라구요...

우리는 거의 싸운 사람들처럼 말도 않고 버스 오는 방향을

거의 째려보다시피 쳐다보며 서 있었어요.

드뎌....

드뎌....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버스 (20세기때는 이런 표현도 있었답

니다)가 드뎌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쁨...감격이란....

저는 너무도 기뻐서 버거소녀의 "여러분 달려요" 이상으로

소리쳤답니다.

"야...버스가 나타났다.." 정류장의 사람들이 "죠스가 나타

났다"라고 외치는 줄 알고 다 쳐다보더라구요.

드뎌 침묵만 고수하던 친구도 기쁜지...

"야..진짜 버스다..."

하며...버스를 향하여 마구 뛰어가는거에요.

친구는 버스를 너무 오래기다린 나머지...그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그 버스를 타고 갔답니다.


저요...저는 너무 황당 + 우스운 나머지 길에 주저앉아서

웃다가 그 버스를 못탔지요.

아니..왜 내가 타야할 버스를 지가 타고 가냔 말이에요.

방향도 정 반대인데...


그 다음날 들은 얘기로는 친구도 막상 버스를 타고나서 자

기의 실수를 깨닫고는 혼자 미친사람마냥 버스 바닥에 주저

앉아 웃어대다가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 다시 길을 건너서

자기네 집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그 친구는 유치원 원장 선생님이 되어 새싹들 지도에

여념이 없답니다. 어린이 교통지도교육 할때는 아마 그때

의 사건을 그 친구도 떠올리지 않을까...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