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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4주년 아침에...


BY sj7526 2000-11-24

안녕, 나야.
오늘 아침에 밥은 먹고 출근했어?
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목욕도 다녀오고, 시댁에 가서 씩씩하게 밥도 먹고, 우리 아들이랑 한참 놀다가 출근했어.
오늘도 다른 날들과 같은, 하지만 웬지 행복한 아침이야.

벌써 결혼 4주년이라니. 그럭저럭 우리가 만난지도 거의 10년이 되어가는구나. 2년 만나고, 2년반은 당신 군대가느라 떨어져 지내고, 그리고 제대하고 2년만에 결혼했으니까, 사귄것 6년, 결혼해서 4년...

와..정말 길구나.
나의 젊음의 한 시절을 온통 당신이라는 사람과 함께했구나...싶으니까 새삼스러운데?

돌아보면 그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
첨엔, 애써 의젓해보이는 얼굴로 어줍짢게 수작(?)을 걸어오는 신입생인 당신 모습을 볼 때는 그저 내가 많이 외로워서 저런 애한테 맘이 다 흔들리나보다 싶어 자존심도 상하고 황당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당신과 이렇게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을 함께 하게 되고 또 앞으로도 최소한 50년은 이렇게 같이 할줄을 누가 알았겠어.

언제부터였을까?
당신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아마, 군대 보내고나서였나봐.
남들 다 가는 군대라고, 엄살피우지 말고 다녀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보내놓고 나니, 왜 그렇게 당신이 있던 자리가 휑-하기만 한지.

배치받았다고 먼 강원도에서 날아온 편지를 받고 무작정 밤기차를 탔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와. 이제 막 들어온 이병이 면회가 되는지 안되는지 생각도 않고 달려갔으니.

그 때부터 지금은 시간이 참 많이 흘렀지?
결혼하고도 3년동안 당신 뒷바라지 하면서 남들은 나더러 열녀났다고 칭찬같은 동정을 할 때도 난 그냥 당신이라는 사람과 함께라는 사실만 중요했지 누가 돈을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
이제 자기가 남들 부러워하는 버젓한 직장을 갖게 되었어도 그 때문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예전보다 더 날 우울하게 하는거 보면.

말도 안되는 억지로 늘 당신을 황당하게 해도 웃어버리는 당신.
배부른 아내 눈길에 미끄러질까봐 두 손 꼭 잡고 출근길에 남들 눈 상관않고 바래다 주던 당신.
직장다닌다고 늘 게으름 부리는 아내를 대신해 갓난 우리 아들 밤중 우유며 똥기저귀까지 늘 얼굴 찌푸리지 않고 가려주던 당신.
그 동안 고생시킨것이 미안해서 월급받을 때마다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안달하는 당신한테 괜한 돈 썼다고 화를 내는 어처구니 없는 아내에게도 그저 웃기만 하는 당신.

난 당신이 나보다 2년이나 나이를 덜 먹었다는 사실이 가끔은 믿기지가 않아. 남들은 나더러 연하하고 어떻게 결혼을 했냐고 묻기도 하지만 난 그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까. 그랬구나...하고.
내겐 오빠같고, 아빠같고, 친구같은 당신이니까.
세상에 애기낳고 남편 사랑을 애한테 뺏겼다고 투정하는 심란한 엄마도 나밖에 없을거야. 그치?

가끔은 겁도 나.
당신이 지금도 여전히 10년 전처럼 날 사랑하는지.
그리고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날 사랑해줄지.
내가 그렇게 물으면 당신은 늘 '그럼!'하고 대답해주지만,
난 늘 당신이 없는 시간이 올까봐 두려워져.

당신, 건강해야해.
그리고 앞으로도 50년은 내 곁에서 늘 지금처럼 있어줄거지?
가장 행복할 때 오히려 조심하고 겸손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내 몫으로 주어진 이 모든 행복에 너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말이야.
당신을 알고 10년은 당신으로 인해 내가 세상의 중심인양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간들이었어. 그리고 당신 역시 내게는 그 누구보다,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거 알지?

사랑해요. 그리고 너무 감사해.
당신의 사랑과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까지도.

축하해요, 결혼 4주년. 당신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해 뒀는데.
당신은 지금쯤 우리에게 달려오기 위해 열심히 일 하고 있겠지?


결혼 4주년 아침에 당신의 아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