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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그리고 휴전


BY 은지 2000-11-24

첫날...

남편이 절 막가파에다 귀여운(?)악마라고 부르는 조금은 악녀 기질이

있는 아줌마랍니다.

최근에 휴대폰까지 꺼 놓고 너무나 일찍 들어 온 남편에게 선전포고

를 했죠

"나 이러다 거품물고 심장마비 걸려 넘어질지도 모르니 마음 풀릴 때

까지 바람 좀 쐬고 올란다" 라고

지은 죄가 있으니 꼼짝 못하고 아이들 데리고 주차장까지 졸졸 따라

오더니 회사까지 태워 달라며 슬슬 눈치보며 타더라구요.

애들 유치원만 갔어도 혼자 떠나 더 애를 먹일 수 있었는데...

토요일이라 어쩔 수 없이

가다 중간에 내려주고 애들이랑 백양터널로 해서 고속도로로 ...

너무 좋데요.

높고 푸른 하늘에 햇살도 곱고 늦가을의 산과 들의 풍경도 정겹고...

가슴이 뻥 뚫리는게 정말 이런 기회를 준 남편이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던데요. 애들은 저희들끼리 얘기하고 장난치느라 시끌벅쩍

밖에 좀 볼래 라고 얘기해야 '예' 하곤 창밖으로 빼꼼히 잠시 보곤

또 장난. 엄마 마음도 모르고...

첫날은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호텔에 투숙

물론 남편 카드로...액수가 클수록 기쁨도 배

짐 풀고 아직 해가 있을 때라 밖에 나와 하이킹

낙엽이 쌓인 보도로 달리는 기분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더 기분이 업되어 마냥 즐겁게...

전 자전거를 타지 못해 보조 바퀴가 달린 애들 자전거 중에 좀 큰걸

로 탔어요. 뭐 기분만 내면 되지 ^^

어두워지면서 슬슬 배가 고파 근처 음식점에 가서 간단하게 식사후 셋

이서 의견이 모아져 노래방에 갔답니다.

마이크 두개를 하나씩 차지한 애들은 목이 터져라 동요를 ...중간에

한번씩 템버린까지 두드리면서...

애들 데리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밝은 모습이 절 더 기쁘게 해주니...귀여운 것들!!!

야외극장에 들렀다 샤워후 잠자리에 들면서 흐뭇한 웃음이 절로 절

로...내일은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이틀째...

석굴암에 갔어요.

불국사에서 석굴암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길은 운치있고 아름다워 눈

을 땔 수가 없었어요. 석굴암 올라가는 길 또한...

애들이 보채는 바람에 망원경을 볼 수 있게 동전을 넣어주니 보라는

곳은 안보고 망원경 앞에 있는 애 얼굴에 갖다 대고 히히덕거리고 있

네요. 둘이 교대로

석굴암에서 내려와 감포로 가는 길

한산하고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빠져 내려 오는데...뭐랄까 ???

자유~~~

홀가분한 이 느낌

일상에서의 탈출

마구 마구 행복해지네요.

포항을 걸쳐 구룡포로 해서 장기곶 등대랑 호미곶 달맞이 광장에 들

러 구경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모텔에서 묵고 왔더랬죠.

포근하고 잔잔한 분위기의 경주에 비해 여긴 바닷가라 그런지 생기있

고 등대와 나룻배 파도 방파제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네요.

사흘째

언제부터 내렸는지 밖에 비가 오고 있네요.

파도도 높고

날씨가 추워져서 계획을 변경해야 겠네요.

강릉까지 갈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오던 길이 마음에 들고 아이들과 있기는 경주가 낫겠다 싶

어 다시 오던 길로 내려 갔어요.

소나기가 퍼붓는 날의 드리이브...운치있고 멋있네~~~

도착후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에 이틀을 묵기로 하고 경주시내에

나가 애들 갈아 입을 내복이랑 옷을 구입했어요.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카드 긁으려고 했는데...아쉽게도 없네

게임방에 가서 게임,미용실가서 애들 머리 손질하고 택시타고 오는데

평일에 남편없이 관광지에 있는 숙소로 가는 저희를 보고 감 잡았는

지 아저씬 남편의 됨됨이와 무슨사연인지 매우 궁금해 하며 아이들 생

각해서 참고 살아라 하더군요.

난 참고 살지 않는데...

절 피해자라 생각하는 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온천욕후 호텔안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저녁식사.

분위기 좋네~~~

밥맛도 좋고...

현금인출기로 70만원을 찾은 비상금이 아직도 반 이상이 남았다.

든든하다!

나흘째

날씨도 춥고 갈만한 곳도 없고 좀 심심해진다

아줌마컴에 들어가 힘있는 아줌마와 만나기도 하고 따뜻한 방에서 책

도 읽고 음악도 듣고 싶다.

목요일은 챠밍디스코하는 날인데...

빠지고 싶지 않다.

연말에 나이트가기로 했는데...

잘 배워 둬야지

수요일은 아이들 재롱 발표회 있는 날인데...

아이들도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한다.

여기서 이젠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낮에 경주엑스포 구경하고...추워서 손 귀 비벼가며 겨우 겨우

감포 내려가는 길 드라이브 하다 황토방에서 오리 한 마리 잡아 먹고

와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약발이 먹히네

제발 잘못했으니 돌아 오라네

고맙기도 해라

'애들도 보고 싶고 니도 보고 싶어 죽겠다' 라고 하는데...흐뭇한 마

음으로 다시 한번 잘못을 인정하게 하고 경고와 협박으로 정신무장을

시켰다.때 마침 아이들 장난치며 웃는 소리가 들리자 목소리라도 듣

고 싶다며 아이들을 바꿔 달란다.

고문을 해야 겠다며 바꿔 주지 않았다^^

통화중 아이가 버튼을 눌렀는데 전화에서 이상한 신호음만 들린다.

다시 전화하니 "니 잘 나가네. **호텔이네. 내 지금 바로 갈께 기다려

라"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가 버튼 눌렀을 때 통화중이니 잠시 기다리

라며 여기가 어디라는 멘트가 나온 모양이다. 남편 전화기로...

어쩜 이렇게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지...

기쁘다.^^

올 시간쯤 엘리베이트 앞에 나가 있었다

좀 핼쑥해진 모습으로 챙겨 오라고 부탁한 갈아 입을 옷을 가득 담은

가방을 들고...날 보곤 웃음을 참지 못하며 주먹으로 이마를 콕 쥐어

박는다. "내가 졌다"라며

분위기 파악 잘 하는 아이들은 벌써 쿨쿨대며 자고 있다.

우린 휴전협상 하러 밖으로 나갔다

버섯돌이 집에서 술한잔 하며 휴전하기로 함.

난 많은 전리품을 소유한 승리자의 위치에서 한 번 더 봐 주기로 했

다. 밑지는 장사는 아닌데 뭐.

여행도 하고 비상금도 생기고 후한이 두렵다는 것도 보여줬으니...

컴도 좋은 걸로 바꿔준다네.

지금 쓰는건 사무실로 가져가고

다음에 한 번 더 그래라

그 땐 해외로 나가야지~~~

전쟁과 휴전의 반복

언제쯤 평화가 찾아 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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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답답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막상 떠나고 싶어도 갈만한 곳도 없고 혼자서 떠나기도 쉽지 않고...
그런 분 있으면 절 찾으세요.
같이 구경도 다니고 얘기 상대도 돼 드릴께요.
여긴 부산이에요.
이 사이트에 남자분도 들어 오신다는데...
남자분은 사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