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일기
8 Dec.2000
모임이 있어서 다녀오는데 좀 늦어도 되냐니까
울집1번 날 아래위를 휠끗 쳐다보드니
"니맘데로 해라. 언제는 나한테 물어봤냐?"
에구 천날 만날 물어봐도 물어볼때마다 대답은
꼭 저렇게 5장6부를 히뜩 디비는 말만한다.
그러니 내 입이 우째 안튀어나롤수 있는가?
진짜 내니까 살아주는기다.
아 장하다. 이도희! 흑흑...
"당신은 참 이상타. 이왕 허락해줄꺼 기분좋게
허락해주면 누가 죽나?"
내말이 100번 지당하다보니까 담은 아무 말이 없다.
난 울남편이 내가 어디간다면 배추잎파리라도 척
꺼내주면서 기분좋게 잘 놀다오라 소리 좀 해주는
사람이라면 맨날 업어주겠다.
그렇게 안해주니 당연하게 안업어주지.
"있잖아. 내 보고싶어도 참으래이. 내 곰국 끓여놓고
도망안갈께"
저녁에 좀 늦게 오는죄로 안나오는 애교라도 억지로 떨려니까
것도 나이묵었다고 인제 쪼매 힘들다.
애구 남녀 평등이라는데 무신넘의 팔자가 한날 한시에
어른이 됐는데도 내만 맨날 이카는지 모르겠네.
글고 책에는 분명히 남편은 아내를 인격적으로 대해주라고
했는데 그넘의 책이 틀렸나?
또 여성학자들은 아내도 남편과 동등한 권리가 있으니까
무조건 참지 말고 뭐든 남편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라고 하든데
내가 고렇게 했다가 혹 물리적인 사고로 기브스를 했다믄
지들이 책임져 줄라나?
하이구 난 맨날 왜 요런 되도안한 생각만 하노 몰겠다.
내 8짜야. 9자야. 10짜야.흑흑.
남편의 일기
8 Dec. 2000
마누라가 뭣대문에 늦는다는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어쨌기나 오늘은 그넘의 잔소리에서 해방이구나.
나도 맘껏 늦게 들어갈 생각하고
퇴근후 갈만한데를 꼽아보았다.
친한넘 하나는 명퇴해서 영월 어딘가 농사지으러
가버려서 여기 없고 또 한넘은?
전화때리니 오늘 야근이란다.
요샌 공무원도 야근을 하는 모양이지.
그러고 보니 정말 갈데가 없다.
고기도 먹는놈이 잘 먹지 내처럼 술도 못먹고
잡기도 할줄 모르는 놈은 모처럼 자유시간이
생겨도 무용지물이다.
더구나 쉰세대는...
갈데가 없으니 집으로 직행할밖에..
열쇠따고 현관을 들어서니 집이 썰렁하다.
"아이구 아저씨. 까꿍"
18번 읊으면서 마누라가 튀어나올줄 알았는데 아니다.
맨날 나이값도 못하고 후닥닥 ?아나온다고
야단치고 시끄럽다고 맨날 쫑코만 줬는데
인제 시끄러운데 나도 물이 들었나?
조용하니까 참 싫다.
차려놓고간 밥상에서 밥먹었다.
TV 켜고 담배 한대 물고 있으니
진짜 심심하다.
몬난 마누라도 없는거보다 있는게 훨씬 낫네.
있잖아로 시작해서 온갖 수다를 다 떠는 마누라에게
시끄럽다는 소리할때는 언제고 그넘의 수다가 듣고 싶은건
또 무슨 심뽀인가. 참 나~.
그런데 마누라가 없으니 참말로 아쉽다.
커피도 내손으로, 물도, 재떨이도, 간식도 일일히 내손으로
챙길려니 이구 귀찮아라.
근데 이 귀찮은걸 이넘의 마누라는 아무소리않고 다하니...
따르릉~~~~~
전화가 온다.
보나 안보나 마누라지.
"아저씨. 내 보고 싶재?"
"야! 니 빨리 안와?"
맘과는 달리 큰소리로 성질을 팍 냈다.
어이구 나도 참 한심한 넘이다.
진짜로 몸따로 맘 따로라드니...
인제오면 좀 잘해줘야겠다.
살다보니 철드는날도 있네.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