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만 읽다가 오늘 첨 글올립니다
운전면허는 딴지 오래지만 아직 무서버서 운전을 못합니다.왜냐구요.내 죽을까바. 남푠옆 조수석에 앉아가면서도 커다란 트레일러 화물차가 오면 나도 모르게 몸이 남편쪽으로 쏠리고 내발에 힘이 주어진다니까요. 브레이크 밟아야 되니까. 하여튼 그래서 팔다리가 주인 잘못 만나서 고생하는거지 뭐...열심히 발품 팔아야 하니까.
근데 얼마전에 자전거가 하나 생겨서 요즘 그거 타고 다니니까 올마나 편한지 몰라요. 애들한테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엄마는 자전거를 애용한다고 말합니다.얼마전에 아이숙제에 집에서 하고 있는 환경보호 조사에 당당히 자전거 타기를 넣었죠.
요즘 자전거 타는 재미가 붙은 터에 어제 장날이고 해서 장마당까지 달렸습니다. 30분 정도 달리는 거리인데 강변도로로 달리는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제가 사는 경주는 시내에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걸랑요.
김장철이라서 그런지 장엔 사람들이 엄청 많대요.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면서 사람사는 냄새도 맡고 하면서...
반찬거리도 사고 남푠 생각하면서 오늘 저녁 뭐 안주 거리라도 없나 하고 둘러보다 큼직하고 생생해 보이는 닭똥집을 발견했지요. 이상하게 슈퍼에서 보던거 보다 커 보이길래 '아줌마 혹시 이거 오리 똥집 아잉교' 했더니 "이 아줌마가 속고만 살았나".하면서 날 보는눈이 심상치 않아서 안사고 나오면 더 욕먹겟다 싶어 "그럼 한개 주이소" 하고 얼릉 2000원주고 샀더랬습니다.
'오늘 한잔 먹고 함 분위기 잡아볼까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드디어 저녁에 울 남푠이 퇴근해 왔길래
"피곤하재. 오늘 닭똥집에 쇠주한잔 준비 해놨다". 하니까 "오늘은 왠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똥집 안주라.. 맨날 배 나온다꼬 퇴근해서 오면 먹을꺼 안 주더니..."한다.
그러면서 하는말 "근데 있재, 동문회 주소록 좀 만들어서 니 좀 회원들에게 멜로 쫌 띄워주라 빨리 보내야 되는데 미루다 보니 몬했거든,연말도 되고 하니까 멋진문구도 좀 넣어서,그런거 당신이 내 보다 더 잘하재" 하대요."내가 뭐 당신 개인비서가. 맨날 그런거 있으면 내 보고 시키구로" 하면서도 날 치켜주는 소리에 맴이 동한데다 '회사 일하랴, 퇴근 후에 영어학원 다니랴. 올메나 힘들까'싶어 그래 똥집 구워서 쇠주에 생마늘까지 곁들어 한상 차려줬습니다. 생마늘이 남자들 정력에도 좋다나 뭐라나.
그리곤 컴에 앉아 열심히 주소록 만들고 회원들 멜 주소록 일일이 남편 멜주소록에 저장 하고,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예쁘게 꾸며서 회원들에게 멜로 부쳤습니다. 남푠이 보내는 처럼 내용을 써가며..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더라구요. 금방 끝날줄 알았는데...
내가 열심히 멜 보내고 있는데 남푠은 느긋하게 한잔 걸치며 "빨리 하고 온나. 테레비에 오늘 Mbc 창사일이라꼬 잼있는거 한다" 고 합디다. 그래서 마무리 해서 멜 띄우고 나가 보니 빈접시만 있는거 아닙니까. 자전거위에 내 궁뎅이 덜컹거리게 혹사시켜가며, 아줌마의 따거운 눈총도 받아가며 사온 똥집을...
"허이구 내보고 일 시키고 놓고 자기는 그래 내 묵어 보라꼬 한점 남기지도 안 하고 다 묵었나"하니까 괜히 미안하고 할말 없어니까 "아이고 우리마누라 이뽀 이뽀" 함시로 붉어진 얼굴에 마늘냄새 나는 입으로 내볼에 마구 뽀뽀하더라구요.
빈 접시와 술상을 치우면서 "다시는 똥집이고 뭐고 없다". 궁시렁거리면서도 나의 복숭님말마따나 뼈와 살이 타는 밤을 은근히 기대하면서 얼릉 씻고 나갔더니 글쎄 그새 코 드러렁 거리며 배 내놓고 자고 있더라구요. 참 내!
그냥 자는 모습이 미워서 남푠 다리사이에 끼인 이불을 빼내 나만 덮고 잤었지요. 자다가 추우니까 잠결에도 슬며시 이불 땡기면 잽싸게 내 몸에 감아버렸지롱.
아침에 일어나더니 "아이고 배야,어제 묵은 똥집이 덜익은게 아이가"하면서 화장실부터 가더라구요. 내 속으로는 히히 웃으면서 "혼자다 묵더니 탈 난기지. 안익기 와 안익어" 내가 이불 혼자 덮고 자서 탈 난줄도 모르고...
어제 12시 넘어서까지 작성해서 보낸 멜이 잘 들어 갔나 싶어 아침에 확인해 볼려고 열어 보니 한 친구 답장이 왔는데
답장" 무슨 주소록이 간첩 난수표도 아니고 이게 뭐고"였다. 세상에 열심히 만들어서 보낸주소록파일이 왕창 깨져서 간겁니다. 내가 봐도 우습기도 하고 희안한 글씨가 잔뜩 들어 있는데다 정말 간첩 난수표 같았어요.
'내가 닭똥집 한점 못 묵고 열심히 맨들어서 보낸긴데...
다시 보냈습니다. 제대로 잘 들어가게 할려고 남편멜 주소 말고 다른사이트 제 멜 주소로 보냈지요. 근데 다시 답장이 왔는데 또 깨져서 갔더라구요. 다시 보냈습니다.근데 이번엔 공수표라나요.."아줌마. 컴 하드 트레닝이 필요한거 같다". 멜에 파일 첨부가 없다내요. 이런 내 실수! 옆에 파일첨부 확인을 안 눌렀나봐요..
나.도대체 어케 된거야 하면서 다시 보냈죠. 완죤 멜 하나 제대로 못 보내는 아줌마가 되 버린거 있죠.고생한 보람도 없이..
"이*철씨! 자꾸 멜 확인 안되니까 미치것지유, 난 죽갓시요"
다시 함 더 보내 보고 아님 땡이다.
P.s: 사실은 닭똥집 한점도 안 묵은게 아니다. 어제 구우면시로 익었나 안익었나 확인한다꼬 한점 묵었다. 그때 한점 안묵었으면 어제밤에 한숨도 못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