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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랑 못 봤수 ?


BY 민주 2000-12-15

어제는 우리부부 14주년 되는 결혼기념일 입니다.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웃었던지

그 당시는 너무나 황당한 일이였지만요.

말씀 드리자면.

때는 바야흐로 1988년 9월 이였습니다.

추석때라 차표 구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서울에서 진주라 얼마나 시댁이 먼지 늘 명절때만 되면 20시간 정도

걸려서 새벽이 되어서야 도착하곤 하였지요.

그 해 추석때도 예외가 아니였어요.

진주내려갈때는 그래도 표가 있어서 잘 내려갔는데

올라올때가 문제였죠.

진주에서 대구까지 표를 사서 잘 갔습니다.

아무리 서울 표를 사려해도 안되는 거예요.

그때 마침 서울행 관광버스가 사람들을 태우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5개월된 큰 아이 안고 무슨 차냐고 물었더니 회사에서

직원들을 태우고 가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사정사정을 해서 남편은 운전석 옆자리에 타고,

저와 아이는 맨 뒷좌석에 몸을 맡긴 체 차는 출발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하나둘 막히는 도로를 침대삼아 자고 있었습니다.

다섯시간이 지나고 10시간이 지나고, 휴게소에도 안 들리고

남아있던 아이 우유랑 기저귀 모두가 동이 났답니다.

배가 고파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안스러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새댁이라 민망하기도 하고, 앞 좌석에 앉아있는

신랑은 뒤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쿨 쿨 쿨...

지금 같았으면 앞으로 달려가서 어찌 해봤을 텐데 그때는 새댁인지

라 우는 아이만 달래고 있었지요.

차를 탄지 15시간 정도 지나서 안양에 사람들이 내리더군요

그래서 신랑한테 기사님께 말씀드리고 우유랑 물이랑

아무튼 아이가 먹을 수 있는걸로 사 가지고 오라고 얘기 했어요.

신랑은 기사님께 얘기하고 밖으로 나갔지요.

조금 후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 기사님 차를 몰고 서울로 향했답니다.

저는 아이만 달래며 뒷편 좌석에 앉아 있느라 상황파악이 잘 안되더

라구요. 한참후에 앞을 보니 신랑이 안보이는 거예요.

기사님.

우리신랑 우유사러 갔는데 얘기 안하던가요 ?

아차. 이를 어째. 몸이 너무 피곤해서 그만 깜박했지 뭡니까 ?

반사적으로 움직였다나요.

발을 동동 구르며 따라올 신랑을 생각하니 한편으론 속상하고

한편으론 잘 됐다 싶었어요. 아이가 그렇게 크게 울었는데도

뒤 한번 안돌아 보더니 자 ~ 알 됐다. 하느님이 아신거여.. ㅎㅎ

그때도 기사님께 새댁인지라 뭐라 말도 못하고 서울 터미널에

내려서 아이랑 둘이서 택시타고 집으로 왔지요.

한시간쯤 지나서 우리신랑 헐레벌떡.. 씩 씩씩...

푸하하 그때 그 깨소금 맛이란 ?????

지금도 무슨일이 있으면 마음을 착하게 써야지...

준비 못한 저는 늘 새댁인지라 ... 언제까지 새댁으로 넘어갈런지..

이제 저도 정신 차려야 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