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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망년회 (투!!)


BY 골때엄마 2000-12-23


주변사람들은 남편을 보고 당신이 죽어 화장을 하면 피의
90%가 알콜이어서 불이 잘 붙을 거라고 한다.
그에 대해 남편은 한술 더 떠서,
"나는 모기가 잘 안물어요. 혹시 맹구 닮은 모기가 내 피를 빨면
1미터도 못가서 이리 비틀, 저리 비틀 , 이리가서 ? 쳐박히고,
저리가서 ? 쳐박히거든요." 그런다.

예전 같았으면 술에 대한 농담도 난 듣기 싫어 했을테지만
이젠 남편 스스로 술을 많이 자제하고 있으니 봐 줄만 하다.

술을 많이 마시고 파출소 앞에서 차를 발라당~ 뒤집은
그 다음해 연말이었다.

그날도 무슨 모임의 망년회를 간다기에 차 가지고 가지말라고
약속도장을 찍고, 당부에 당부를 하고, 제발 술 덜 먹고
오라고 귀가 따갑도록 얘기를 한 후 망연회에 보내 주었는데
남편이 가고난 후 가게 바깥을 보니 차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자기도 인간인데 올해 만큼은 술마시고 차를
가지고 오지는 않겠지 싶어서 난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 문을 닫고 집으로 갔다.


남편이 들어오지 않으면 잠을 자도 잠을 잔 것 같질 않고
해서 들어올때까지 이것 저것 정리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밤 1시가 넘자 현관문 밖으로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다세대 주택 3층에 집이 있음)

밤12시 넘어서 계단을 터벅터벅 오르는 사람은 남편밖에 없기
때문에 얼른 현관문을 열어 들어오게 한다음 자리에 눕히고,
뒷베란다로 뛰어가 집 뒤에 차가 있나 봤더니 다행히 차가
없어 차는 어쨌냐고 그러니까, 만취가 된 남편은 중얼거리는
소리로 집뒤에 세워뒀다고 했다.

그 전해에 차를 뒤집어 수리비가 크게 들어간 적이 있어
술자리에 차를 가져 가려하면 심하게 닥달을 하던 터였다.
" 집뒤에 차가 어딨냐? 이렇게 취해서 차를 타고 왔냐? "
물었더니,
"얼마 안마셨다. 끙~ " 하며
이내 술에 취한채로 잠이 들었다.

그래서 차는 어디다 두고 왔겠지.... 싶어 안심하고 자려고
불을 껐더니, 또 전화 벨이 울리는 것이었다.

아는 정비공장 렉카기사였다. 동네 앞 도로에 우리차가
빠져 있으니 빨리 나와 보라고 했다.
뛰어 나가니 국도에서 동네로 접어드는 도로옆 하수도에
조수대쪽이 전체적으로 빠져 있었고 한쪽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웃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차는 렉카기사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깨웠다.

"차 어디다 세우고 왔어!" 하고 얘길해도 곯아떨어져서
꿈쩍도 안하기에
"차!! 어디다 뒀어!! " 하고 귀에다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자 술에 취한채 게슴츠레 눈을 떠서는 남편하는 말



"집 앞에 얌전히 세워 뒀지. 바지 주머니에 키도 있다."

"................."



그러고도 남편은 그 다음해 연말엔 길가에 얌전히 세워둔 5톤차 뒤를 들이 받아 우리차를 완전히 다 부수었다. (에그....... 부품가게나 하고 있었으니 망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