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나갔답니다. 우선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고 (어디가든 부시시한 머리로는 안될 것 같아서)....머리를 손질하는 동안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갈까를 생각했습니다. 떨어지는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많은 곳을 생각했지만 모두 내가 갈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만큼 갈 곳이 없다고 하는게 났겠군요. 직장생활 16년, 결혼 11년 이 긴 시간동안 난 너무도 많은 곳과 인연을 끊고 살고 있었습니다. 갈 곳도 없었지만 전화 한통화 건넬 곳도 없더군요.. 정말 화가 나서 나섰던 길인데 할인점에 들러 아이들 간식거리에 저녁거리에 그렇게 그런것들을 주섬주섬 사들고 결국은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답니다... 어린 아들의
걱정했다는 말 한마디 위안삼아 못하는 술 몇잔으로 마음을 달래 보았습니다.. 근데 그게 더 가관이 되어버린게 정말 전 술을 못하거든요.
마음이 아파서였는지 3잔 정도인가 매실주를 마셨는데 글쎄 그게 저를
잡지 뭡니까? 내가 봐도 웃길 정도로 술에 취한 꼴이라니...
그래도 아이들 앞에 실수는 안했습니다. 얼마나 마음을 다 잡았는데..
왜 무작정 나갔냐구요? 부모님께 극성맞도록 효성이 지극한 남편때문이었습니다. 왕복 3시간 거리에 계시는 부모님, 어제 금강산 여행 보내 드렸는데 부모님댁에 모시러 가느냐, 그냥 버스편으로 오시게 하느냐, 부득부득 가고자 하는 남편에게 한소리했지요.. 같이 계시는 아주버님은 뭐하시고 여행보내드리고 가서 모셔오고,,, 사실 아주버님도 멋진 차 한대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리고 전 맞벌이 주부... 모처럼 연휴에 일요일 하루 쉬고 싶다고 했더니 삐져서 입다물고 토요일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한마디도 (정말로) 안하더군요... 가만 있자니 너무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 그냥 나갔었습니다... 남편의 효성스러움에 저도 그동안 별소리없이 따라 주었답니다.. 어쩌다 한번 정말이지 어쩌다 한번 반기를 들었더니 사람을 아주 비참하게 만들더라구요......
전 싸워도 말 안하고 그러면 정말 답답하거든요... 우당탕 한번으로 끝내면 되지 치사하게 몇날 며칠이고 말도 안하는 그런 답답한 꼴은 못보는데...... 근데 이번엔 제가 그렇게 해볼려고 오늘까지 한마디도 안하고 견뎌보고 있답니다... 과연 남편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될런지 궁금도 하고.... 근데 점점 자신이 없어지네... 내가 답답해서 못살겠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