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일기
커피 마신다고 남편하고 나란히 쇼파에 앉았는데
(남들이 보면 속모르고 디기 다정한체 보이겠지)
마침 TV에서 가수 이미자씨가 나와서 노래부르고 있었다.
옛날 옛적부터 울 남편은 이미자가 나왔다하면
날 한번 쳐다보곤 의미심장하게 잘 웃는데 그 웃는 폼이
무지 기분나쁘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이미자가 좀 못놨잖은가.
더구나 그 입이 말이다.
근데 내가 이미자 사촌일정도로 입이 닮았다는겨...흑흑.
글타고 내가 이미자처럼 노래를 잘불러 돈을 왕창 벌기라도
한다면 튀어나온 입도 얼마나 이쁘게 보이겠나만
닮은입인데도 왜 난 음치인지....더 흑흑.
오늘도 이미자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니까 울집 1번
내를 쳐다보면서
"너 언니 나왔네"
근데 뭔 생각에 잠겨 있느라 내가 그말을 못들었는데...
못들었슴 걍 넘어가지 내 팔을 툭툭 치면서
"너언니 나와서 노래 부르네"
"뭐?"
그제서야 TV 를 보니 이미자가 그 큰입을 벌리면서
열창을 하는게 보였다.
"그래서 우짜라고?"
"하하. 너 언니 나와서 노래 부른다고..."
으이그 패티김이나 아니면 다른 이쁜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암말도 않는 사람이 꼭 이미자만
나오면 신바람이 나서 저런다.
이미자도 왜 좀 안이쁘고 이도희 비스무리해서
울 1번 저 잉간이 저렇게 웃게 만드남.
"그래 내가 이미자입하고 닮아서 당신이 뭐 보태준거 있나?"
"아니...니는 이미자입보다는 훨씬 이쁘다"
이기 욕이여. 뭐여.
세상에 마누라 면상에서 요리 무안주는 간큰 남자는
세상천지에 울집 1번밖에 없을끼다.
자존심 팍팍 상하지만 한두번 당한것도 아니고
심심하믄 글카니까 나도 인제 도가 튀여서
등신처럼 같이 낄낄거리고 웃는다.
"그래도 입 큰 사람은 노래를 잘 하든지 말을 잘하든지 한다.
내가 말은 얼마나 잘하노"
"야. 입이 큰기 아니고 ... 하하하"
"알았구마. 당신하고 싶은말 내가 다 해주께.
입이 큰게 아니고 입이 튀어나온 여자라 글카고 싶재?"
"아이구 이도희 눈치 하나는 빠르네"
이쯤되믄 성을 내야할지 웃어야할지....
정말로 울남편하고 살려면 내가 반푼수가
되어야 한다.
한마디씩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내뱉는말에 내가
열받다가는 내 명데로 못산다.
마누라 인격?
인격 찾다가는 난 심심하믄 보따리 싸야할거다.
이 엄동설한에 보따리 싸면 갈데가 어디있는가?
이미자처럼 노래나 잘부르면 묵고 사는데 자신이 만만해서
이런 남자랑 진작에 빠이빠이 할건데 능력이 없다보니
아직도 이남자랑 이러고 산다.
애구 내 8짜야.
남편일기
약빨 잘 받는 마누라.
슬슬 약을 올렸드니 안속는척 하면서 또 씩씩거린다.
사실은 새해라 먹을거 없는 종가집이지만
손님을 많이 치루어서 위로해준다고 했는데....
워낙이 입담이 없다보니 본의아니게 성질만 돋구어버린셈이다.
그러고보니 작년 한해도 별로 해준게 없다.
돈도 많이 못벌어줬고.
다정하게도 못해줬고....
조금 미안해서 가만히 있었드니 내가 성질낸걸로
생각했는지 키들키들 웃으면서
"심봉사가 심청이 우째 만들었게?"
또 되도 안한 소리를 시작하는데 .
웃길려고 하는 노력이 참 가상하다.
'그걸 내가 아나. 이사람아"
"하하. 모를끼다. 내가 갈켜줄가?"
"그래"
"심청일 우째 만들었노하믄 눈이 안보이니까 더듬어서
만들었잖아"
어제는 구슬치기해서 만들었다 하드니 오늘은 더듬었단다.
그러면서 하는말.
"우리 오늘 심봉사처럼 구슬치기 할까?"
도데체 구슬 치기는 어째 하는가?
"있잖아. 구슬치긴 심봉사 하는데로다.
더듬어서 명중..히히"
알듯말듯한 소린데 뭔말인지 모르니 마누라따라 웃을밖에...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