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트방에서의 사소한 사건이,
평소엔 눈꼽만 뗀 후, 남편 출근시키놓고,
기다림의 시간은 이다지도 길고 긴 터널 같은 것임까?
점심을 대충 한 술 떠 넣고, 컴에 또 달라붙어 있으니,
'이 사람이 그 유명한 [나의복숭]님이시란 말인가?'
카푸치노를 지가 좋아하는 줄 어캐 아셨지?
실은...ㅠㅠ
지는 30대 후반, 언냐는 50대 초반이셨지만,
처음 만나는 이 몬난 잠만보를 만나주신 것도 너무 황송한데,
나이보다 고운 피부, 빛나는 눈,
누구라도 언냐를 한번 만나기만 하면,
ps: 복숭언냐!
복숭언냐, 라일락언냐, 잠만보 대구 3인방을 강력하게 결속하게 했네요.
복숭언냐가 대구에 오셨다는 소식을 접하곤 만나고 싶어 안달을 하다가
그저께 밤에 복숭언냐랑 통화를 하고나니, 그 넘치던 잠 다 달아나고,
눈이 말똥말똥~
어제 종일 머리속엔,
'그 유명하신 복숭언냐를 과연 만날 수 있으까?'
'언냐가 날 만나고 싶어 하시까?'
안돌아가는 머리 무지 굴리며 온갖 소설을 썼다 지웠다 했지요.
언냐가 전화를 하신다던 그 월요일!(일욜엔 지 스케쥴땜시...)
아침 한숟갈 떠묵자마자,
컴에 껌붙듯이 붙어 요기조기 드가서 손도장 찍었었는데,
오늘은 새북같이 인나서 세수하고 머리감고 꽃단장하고,
언냐의 호출에 언제든지 출동할 출동 대기조가 되어 있었죠.
10시쯤인가 복숭언니랑 통화를 하고, 언냐의 시케쥴로 또 다시 출동 대기조!
'혹 언냐가 바뿌시서 이 잠만보를 만나지 않으시려는 것은 아닐까?'
'미안하대이~ 우야노? 내중에 보자'카는 전화가 오는 것은 아닐까?
속에서 팥죽을 몇 솥이나 쑤며, 집 청소도 하고...
(평소엔 일줄에 한 두번? 나, 주부마져? -.-+)
2시쯤인가? 드뎌 언냐와의 랑데뷰의 시간이 온 것이에요.
날씨가 워낙 추운 날이라 저희 동네로 오시겠다는 것을
촌 동네에 뭐가 있어야져.
앞산 순환도로에 있는 R레스토랑에서 언냐랑 만나기로 하고....
레스토랑의 실내 양지 바른 곳을 기웃거렸더만,
생음악을 연주하는 무대 가까운데 기시더만요.
(역시 언냐는 무대체질? ^^*)
'혹 이것이 꿈은 아니겠지?'
"잠만보! 반갑대이~"
서로 악수를 하곤 자리에 앉았지요.
"언냐를 만나러 오민서 글케 이뿌게 하고 오마 우야노?"
(지는 빌로 이뿌지도 않고...날씨가 하도 추워서 뚜껑-모자하나
눌러 쓰고 갔을 뿐인데...^^*)
"이뿌기는요..."(좋으면서...)*^^*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러 왔어요.
"카푸치노! 주이소!"
"지도 같은 걸로 주이소!"
아컴야기, 글쓰는 야기, 가족야기, 사는 야기...
두시간 남짓되는 시간이 왜 그리 짧은 가요?
커피 한잔 마시고, 빵 한조각 묵고, 과일 한조각 묵고 나니,
시간이 후딱~
델꼬간 아들 넘,
심심할 때 본다고 갖고 간 '짱구는 못말려'마나를 볼 땐 잠잠하더만,
우리의 수다가 한시간을 넘기자, 비싼 아스크림도 다묵질 않고,
주리를 틀더니 아스크림을 옷에 흘린다,
마나책을 눈앞에 들이대며 말을 건다,
어른들 말에 끼어든다...등등...
(버릇없는 아들넘, 잘못 가르친 점 지송함다. 성님!ㅠㅠ)
별의 별 방해공작을 해대는지라...ㅠㅠ
지겨워하는 아들넘 땜시 우리의 만남이 더욱 짧아졌네요. ㅠㅠ
우리의 향기로운 수다가 종종 스탑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눈치빠른 복숭언냐는 "인나자!"하셔서, 레스토랑을 나왔네요.
맛난 점심이라도 대접을 하등가,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영하의 칼바람이 뺨을 오려낼듯이 불었지만,
맘은 오뉴월 삼복의 햇살보다도 따끈한 오후였지요.
나이를 초월한 우리의 만남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또 다시 이별의 순간을 맞았네요.
누가 그랬지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언냐와 짧은 만남, 긴 이별을 했네요.
서부정류장에서 헤어지며 언냐는 이 커다란 동생을 안아주셨답니다.
훌쩍 자란 저를 안아주신 분이 누구 있었던가요?ㅠㅠ
맛난 커피를 지가 대접할라 캤는데, 온냐가 사주시고...,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온냐의 목적지꺼정 가시는 차표 한장 달랑 끊어드렸네요.
머리카락이 넓고 이뿐 이마를 가리고 있었지만,
이 예리한 두 눈은 보고야 말았답니다.
작고 살없지만 따스한 손, 길게 쭈욱 빠진 손가락,
이미자보다 작은 입과 가지런한 이빨,
사교성좋고 푸근하며 따땃한 언냐의 마음도...
아니, 한마디만 나누어도 금새 [나의복숭]이라는 늪에 푸욱 빠지게 되는 것을...
행님이라고 한다고 화내시진 않으시겠죠?
언냐가 너무 젊으시구, 이뿌시구,
통통튀는 젊은 감각이 있으셔서 행님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서요.
서울에 잘 올라가셨겠죠? ^^*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길...
행님을 만날 수 있어서 무지 행복했던 잠만보(1song2)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