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39

취중독백


BY 우울증 2001-01-19

난 꼭 직업을 갖고 싶었다.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그 중 하나가 엄마 때문이었다.
엄마는 날 늘 무시 했다.난 살면서 엄마에게서 칭찬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늘 핀잔뿐.
난 그리 팔푼이는 아니었다.공부도 설서 그냥 이름대면 아는 4년제 대학 나왔고,전공은 아니지만 예능 쪽에서도 상을 받곤 했다.사람들에게 지적이다 참하게 생겼다 착하다는 칭찬도 종종 들었고...하지만 엄마는 그 어느 것도 인정하지 않으셨다.그런 엄마는 직장엘 다니셨고 사회적으로도 왠만한 위치에 오르셨다.사회성도 좋으셨다.
엄마는 늘 그랬다.다른 집 애들은 엄마보단 낫던데 넌 어떻게 엄마보다도 못하니? 너 같은 애는 직장생활 못해,알지도 못하면 시키는데로나 해,시키지 않은 짓은 왜 하니? 넌 뭐든 시켜야 하니?....내가 결혼할때도 그랬다.우리 남편 키 작고 인물 없고, 공부는 잘했지만 숙기 없고 배짱없고,꼭 너 같은 거 만났다.엄만 엄마 딸도 못났다고 그러면서 왜 대단한 사람 바라구 그래? 하면 니가 못났으니까 그걸 보충해 줄 사람 만나야지,라고.
그런 엄마가 대단 하다고 여기는 그 직장 생활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해보고 싶었다.과연 내가 해낼 수 없을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건지...
아이를 기르면서 여자들은 엄마 생각을 한다던데 난 좀 방향이 다르다.난 외할머니께서 키워 주셨고 애를 기르다 힘들때마다 과연 엄마가 나처럼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외할머니께서 해주시는 밥 먹고 화장하고 출근하고, 그게 지금 아무런 댓가도 누구의 인정도 없이 아이와 씨름하면서 살림에 좀 소홀하면 남편 눈치보고 친정에 돈 들어갈일 있으면 더 그렇고,이런 내 생활보다 더 힘들었을까.
그런데 난 오늘 엄마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우는 것에도 자신이 없어진다.내가 참 쓸모 없는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무도 아는 이 없는 객지에 나와 매일 아이와 지지고 볶고....게다가 남편은 집을 하숙집처럼 여기고 밖에서 쌓인 스트레스에 성질내고 꼬투리 잡고,집에와선 말 한마디 아니 한번 처다보지도 않고 하는 말도 듣지 않고,그러구선 무작정 필요 이상으로 화만 내고...
우리 시엄니,남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남편, 집에서도 그런 줄 알고,시댁 제사가서 일할 때 남편이 애 잠깐 안고 있으면 보기 싫다고 내려놓으라고 바깥일 하기도 힘든 데 애까지 봐야 하냐면서 열 올리며 빼앗다시피 애를 받아 엎고 나는 벙 뜨고...
이런 얘기 친정가 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다하더라도 직장다니느라 늘 열 외였던 우리엄마 그걸 이해할 분도 아니고,또 니가 못나서 그렇다 소리 나오고...
답답하다.친정 시댁 식구와 얽힌 문제들로 이미 눈물은 빼낼 만큼 빼냈고 이제 더 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울고 싶다.누군가 붙들고 울 사람만 있으면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도 같다.그래야 시원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