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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프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다가 걍 죽으라는, 대한민국을 버리고 싶다.


BY 한강 2001-02-01

나라에서 하시는 일에 흥분하지 말자!!!
절대 흥분하지 말자!!!

신문을 읽을 때마다, 나는 도를 닦는다.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도저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나보고, 우리 애들보고, 우리 가족보고
아프면 그냥 참으라고...?
병원 갈 돈이 없으면
집에서 그냥 누워 저절로 낫기만을 기다리라고....?
그렇게 참다 참다 큰 병이 나면 그 때에야 병원에 가보라고....?

그동안 나는 나라에서 내라는 의료보험비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다 냈다.
그 의료보험비,
의료보험공단이, 정부가, 정치하시는 분들이,
흥청망청 잘못 운영해서 돈이 한푼도 없단다.
아니 빚 투성이란다.
의료보험공단이 파산 지경이란다.

그러니 이제...
감기쯤은, 복통쯤은.... 그깟 몇 만 원 하는 병원비쯤은
아픈 사람이 지 돈 내고 병원 다니란다.
아픈 게 죄란다.
짜잔한 병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못 준단다.

그럼 남아도는 의료보험비는 다 뭐하려고?
암이나 뭐 그런 큰병 난 사람들을 위해 쓴다고?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우리 아들놈 병원 가서 정작 큰 돈 드는 검사를 받으려고 하면...
어김없이 병원에서 하는 말!
<MRI는 의료보험이 안 되는데요...>
그리고 큰 병 걸려서 병원 가봐라...
<이 약은 직수입한 고가 약품이어서 의료보험 혜택이 안 됩니다....>

뭐라구? 고쳐나갈 거라구?
앞으로는 <작은 병> 걸린 국민 돈 차곡차곡 모아서
<큰 병> 걸린 사람한테 의료보험 혜택을 주겠다고?
흥!흥!
자다가 소가 웃을 노릇이다.
그 말을 어찌 믿냐?
우리가 한두 번 속아 왔냐?
그 많은 시간 동안 의료보험공단을 파산으로 몰고 간
정부 윗대가리들의 머리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갑자기 좋아지나 보지?
그래서 이제부터는 의료보험비 열 배 백 배로 불려
자산 빵빵한 의료보험공단을 만들 수 있게 되나 보지?

웃기지 마라!
나는 절대로 정부 말을 믿을 수 없으니,
우선 먼저,
진짜로 큰 돈 드는 여러가지 검사나 약, 주사제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법을 만들어라.
만들어 놓고,
그때 가서 <소액진료비 본인부담제>에 대해
어쩌구저쩌구 말해라.
그러면 나두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테니...

아, 나는 진짜로 우리나라가 싫어졌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는
대한 사람이 되기 싫다.
아프면 지 돈 내고 지가 병원 가라는,
참으로 기발한 발상을 하시는
높은 분들 모시고 사는 데 지쳤다. 지쳐버렸다.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캠프장이 불에 타 천사같은 아이들 다 잃어버렸을 때,
나는 우리나라가 싫어졌다.
근데...이제
빽없고 돈없는 국민들은 아픈 것도 참으라는
그런 법을 만든다고 설쳐대는,
아니 당당하게 들고 나오는
우리나라가 정말... 정말.... 정말.... 싫어져서
나는 이제 우리나라를 버리고 싶다.
<국민을 버리는 나라를
내가 먼저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