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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BY scholar87 2001-02-03

뒤척이다 잠이 깬 후로 다시 잠들기가 힘들어
내 동생 얘기 해드릴려구요.

내 동생은 덩치는 집채만하고, 생기건 곰 마냥
항상 안면에 허허 거리는 웃음을 달고다니며,
동네 어르신들 뵙기만하면 골목이 울려라
인사올리는 그런 착한놈 이예요.
동네 아주머니들 탐내며 그놈색시는 누군지
복이 터지겠네하시는...

그런데 학문엔(?) 재주가 없는지 재수 삼수끝에
어렵게 대학이라는곳을 들어가고, 그후 바로
군생활로 재충전한다고 나라에 충성하고
정말 노땅중에 왕노땅으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어요.

늦게 시작한 청춘 본전 뽑아야한다고,
응원단장에 과대표에 학점관리해가며 정말
열심히 살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새벽 전화선을 통해 들려온
엄마의 목소리는 흐느낌이었고, 정신없이
달려가 확인한 내동생은 의식없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피범벅이되어 중환자실에 누워있더군요.
음주운전을한 상대편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내동생 차량을 덮쳤다는 경찰의 설명은
귓전에도 안들어오고, 내동생의 누운모습만
산처럼 내앞에 버티고 있었어요.

아무의식없이 잠자듯 누워있기를 삼개월하고
13일만에 다시 살아 자기힘으로 일어나
앉았어요. 중앙병원 의료진들도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죠. 하지만 그 지루했던 105일동안
우리식구들 - 엄마,아빠,내 또다른동생,나 -
모두는 아무도 내동생이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순간도 한적이 없었어요.
혈육의 힘이었나봐요.

그 후로도 2년여를 후유증과 심한 건망증으로
요양원과 사찰을 오가는 고생을 했어요.
이제는 졸업해 조그만 전자회사에 다니지만
그 건망증은 여전해요.

그런 내동생이 장가를 간다고 하네요.
한동네에서 자라고 같이 학교다니며 꾸준히
내동생을 보아온 키작은 여동창이 바로 그
신부감이래요.
오늘 오후에 그댁 어른들이랑 양가 상견례겸
식사시간을 갖는다고 하네요.

저는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는 옛어르신들의
말씀을 온몸으로 느끼고있어요.

그 대견한 내동생과 올케감을 오늘은
눈이 시려 벌개질때까지 실컷 보고 올랍니다.
다시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다시 그 너털 웃음을 듣게해주어서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