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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0628ws 2001-02-03

책을읽다가 한모금 밖에 안마신 우유컵을 다시 들었을 때,

이미 비어있는 컵을 보고 놀라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땐 이미 누군가가

당신의 우유를 살짝 훔쳐 마신 거예요.

나른한 봄 날 소파 위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을 때

발가락이 간질간질해서 눈을 뜬 적이 있으십니까?

그것은 누군가가

혼자이기 심심하다고 심통내며 장난쳐서 깨운 거예요.

생각지도 못한 옛 애인의 편지를 받고

희미한 글씨를 못읽어 안타까워하다가 잠에서 깨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리고 그 적막한 새벽에

알 수 없는 전화벨이 세번 울리다가 그냥 끊겼다면

그것은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서로의 그리움을 전한거예요.

학창시절 소중히 적어놨던 당신의 싯 구절이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노래로 되어나와

너무나 속상했던 적이 있으십니까?

하지만 그건 누군가가

당신의 이야기를 살짝 귀뜸해서

당신만의 노래를 만든거예요.

일상의 톱니바퀴에서 방향없이 마냥 돌고만 있을 때

옛 스승의 전화를 받고

먼지 싸인 책을 꺼내 읽은 적이 있으십니까?

그건 누군가가

당신의 나태함이 속상해서 스승에게 회초리를 드린 거예요.

오늘같이 흰눈이 포근한 겨울 날

당신의 심술궂은 요정은

출근 길을 재촉하는 당신의 발을 잡아

빙판위에 미끄러뜨릴 지도 몰라요.

그러면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처럼 일어나

훌훌 털기만 하면 된답니다.

점심 식사후 담배 한개피의 낭만을 위해

옥상행 엘리베이터를 탔을때

당신의 장난스런 요정은

미니스커트 아가씨를 통해 윙크를 해 올 지도 몰라요.

그러면 수줍어 하지 말고 부드럽게 미소만 보이면 된답니다.

늦은 퇴근 길 지하철에서 지친 마음으로 앉아 있을 때

당신의 귀여운 요정은

옆에 앉은 꼬마를 시켜 차가운 코트 깃을 잡아당길 지도 몰라요.

꼬마가 혀를 쭉 내밀어 찡긋거린다면

당신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조그만 볼을 살짝 건드려주기만 하면 된답니다.

자, 이제는 아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