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산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가 ?p번의 실수를 했는지는 차후에
하늘나라에 가서 명부전에서 확인할 일이지만
요즘 건망증이 심해지다 보니 근래에 저질러진 실수는 그날의
수치감 내지는 당혹감으로 얼버무려 빨리 잊혀지고 마는데
이상하게 어린시절 그 철없던 시절에 잼 나고 실수했던 일들은
쉬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내가 쓰는 글 들이 먼 옛날의 추억담이 젤 많은가 보다
때는 추석을 앞둔 음력 팔월 하고도 초아흐레
들에 누렇게 벼가 익어 벼메뚜기도 한창 바쁠 그런 철이었다
우리 마을 과 인접한 곳에 엿공장이 있었는데 호박엿 도 아니고
박하엿 도 아닌 갈색빛 나는 강엿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다
지름길 로 질러서 달음박질로 내달리면 오분정도면 갈수 있었고
춘향걸음으로 간다면 십분에서 십오분 거리는 되는 가까운 곳에
엿공장이 있었다
평상시엔 잘 가진 않지만 그 시절엔 10원 만 가지면 굳지 않은
말랑말랑 한 강엿을 한 주먹 정도는 살수있었던 시절이라
저녁을 일찍 먹은 날이나 어쩌다 군입을 다시고 싶은 그런 날엔
먼지 쓰고 있는 마을 가게의 또뽑기 과자나 십리사탕 보다도
우리는 공장에서 막 뽑아진 말랑 말랑한 강엿을 곧잘 찾곤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달빛도 그런대로 밝은 초저녁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정옥이랑 이미 약속해 놓았기에
윗담사는 정옥이네 집을 달빛을 즈려밟고 찾아갔다
그런데 마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줄이야
사립문 께에서 안집을 기웃거리고 있는데 작은방 부엌에서 쇠죽을
끓이고 계시는 정옥이 아버님이 계셨다
작은방 부엌과 대문은 일직선이라 살그머니 정옥이를 불러낼 재간이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애들이 밤마실을 간다는 건 쉬이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라 몰래 살짝 정옥이가 나오기만 기다릴수 밖엔 없었다
정옥이도 아마 내 하고 약속했던 시간이 되어오니 그랬던지
정지간에서 설겆이를 마치고 우물가로 장독가로 왔다 갔다 혼자 바쁘더니
화장실 쪽으로 가는것이 얼핏 보였다
화장실은 바깥담과 연결되어 있었고 터밭쪽에 있었으므로
나는 터밭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 옥 아 "
" 응 왔나 그런데 아부지 때문에 못 나가 겄다 우짜모 좋노"
냉큼 정옥이가 답했다
일 볼라고 화장실 온게 아니라고 했다
" 그라모 살짝 담을 넘으면 안되겠나
내가 묘안이라고 짠게 담을 넘어 나오라고 했다
" 그라모 그리 해 보자"
정옥이도 쉽게 동의했고 드디어 담을 넘어 보려
정옥이가 돌 담장을 한 손으로 짚고 발을 겨우 두어발 옮겼을까
갑자기 돌담장이 와르르르 쿵 하고 무너지는게 아닌가
정옥이네 돌담장은 사이 사이 흙을 채우지 않은 순전히 돌만 되어있었는데
아마 정옥이가 디딘 돌 하나가 삐쭉 나와있다가 무게를 받치지 못해
허물어진 모양이었다
화장실 쪽으로 는 평상시에도 정옥이네 담이 좀 허술하게 위태했었던걸
우리가 잊고 있었던게 불찰이었다
터밭에서 정옥이가 넘어 오기를 기다리던 나는 혼비백산을 했는데
담이 와그르르 무너지자 쇠죽 끓이던 정옥이 아버지께서
"뭐 꼬 뭐시 무너지노"
고함소리 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맘이 급해진 나는 터밭에서 빠져나온다는 것이
녹이 슨 철조망으로 쭈볏 쭈볏
울타리 라고 세워둔 곳 으로 급히 나오다가
옷자락이 철조망에 걸렸는지
암만 발을 옮길려고 해도 뒤에서 잡아당기면서 놓아주질 않았다
정옥이네 집 에선 허물어진 담 으로 정옥이 아버지가 보이고 어머니도
보였다
정옥이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가예 볼일을 보고 있는데 큰 쥐가 한마리 휙 지나가고 나서
갑자기 담이 무너졌는거라예"
그 순간 내 처지는 생각도 않고 웃음이 삐질 삐질 나오기 시작했다
돌담이 아무리 허술해도 그렇지 쥐새끼 한마리 땜시 무너졌다 는 것이
말이나 되나
하지만 얼마나 다급했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로 변명을 하고 있는
정옥이가 딱 도 했지만 담 무너지는 데 일조를 한 나도 결코
현장에서 오래 머물수는 없었으므로 뒤돌아 걸린 옷을 빼고 자시고 할
새 도 없이 그냥 당겼더니 찌직~~~~소리와 함게 옷이 찢어졌다
그렇게만 되어도 죄값이려니 할터인데 밭 둑 아래가 개울물이었는데
길 을 찾아 나온게 아니었던 관계로다 발이 그만 물속에 빠져서
찢어진 윗 셔츠,에 물에 적신 치마자락 ,
밤이길 다행이었지 낮에 봤다면
정신 나간 아이 쯤 으로 여겼을것이다
개울물에 빠져 재수 옴 붙었다고 궁시렁 대고 있는데 정옥이네 집에선
" 이 가스나가 시방 무신 소리 하고 있노 니 그것도 말이라고 하나
올메나 큰 쥐가 있어서 가마이 있는 담이 자빠지노 말이다 엉"
정옥이 어머니 가 종주먹을 쳐대면서 고함을 질렀다
숫제 정옥이 아버지는 혀만 끌끌 차면서 꼬나보고 계셨고
사태가 심각해지는 관계로다 신 안에 물이 질척이는 소리를 들으며
냅다 논길로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왔다
달콤하고 쫀득한 강엿생각은 십리 밖으로 도망가고 내일 일이 걱정이
되어 잠도 안올것 같았다
뒷날 학교길에 정옥이를 만났는데 애가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다
"욕 많이 들었제 들?나 담 넘어 가려던것 들?제"
정옥이는 " 아부지가 자꾸 네가 그랬제 그랬제 하는데 우짜노 그라고
아침에 철조망에 네 옷자락이 걸려 있는걸 보고 대번에 알고 있더라"
" 그 기 어제 걸려 있었던 것을 우째 알아시꼬"
" 어제 아부지 하고 어무이가 추석장 에 내간다꼬 나물거리를 다듬어서
개울물에 씻었다 아이가 그땐 아무것도 없었다 쿠더라"
시상에는 완전범죄 는 없다 쿠더마는 강엿도 못 묵어보고 애꿎은 담벼락만
허물어 뜨리고 이젠 정옥이네 부모님에게서 성화만 듣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학교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니 강엿 안 묵고 싶나"
그래도 내 나이 열 두어살 이니 순식간에 잊어묵고 옥이한테 물었더니
" 내는 안있나 언쟈 강엿생각 하모 이빨이 갈린다 어제 억수로 욕들었당"
말만한 계집애들이 어데 밤중에 나갈라꼬 월담을 했냐고 경을 쳤다며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옥이 아버지가 흙을 짓이기고 계셨다
엉겁결에 인사를 했더니
" 요놈들 또 한번만 담장을 넘어봐라 우세스럽거로 여식아들이 오데
담장을 넘을생각을 했더노 너그가 쥐 새끼들이더나 "
하시면서 혀를 끌끌 차셨다
흙으로 돌 사이 사이 채워서 제대로 담을 만드실 모양이었다
"미안십니더 "
"그런데 숙 아 네 옷을 저리 찢어묵고 너그 어무이가 암말 안하더나"
" 아직 모리거든예"
강엿은 물건너 갔지만 그날의 다급해진 상황으로 벌어졌던 작은 에피소드는
두고 두고 우리 둘 만의 비밀이 되어 전화를 하거나 만날일이 있으면
"너그집에 큰 쥐 아직도 살고 있나" 로 시작해서 한참을 웃곤한다
옥이집은 삼십?p년 흐른 지금 작년에 가보니 옛모습 그대로 있었지만
이미 부모님 두분다 타계하셔서 생판 모르는 남의 집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추억은 아직도 그곳에 묻혀 있으므로 고향에 한번씩
어쩌다 들리면 그날이 생각나고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