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일기
세수하고 스킨 바른다고 있는데 드라이브 갖다달라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스킨뚜껑을 올려놓은채로 얼른 갖다주고 와서
뚜껑 닫는다고 걍두고....
재빨리 드라이브 찾아서 갖다줬드니
십짜 드라이브 가져오란다.
(으이그. 또 시작이다. 진작에 10 소리를 하지)
다시 일짜 드라이브 갖다놓고 십자 드라이브 바꾸어서 갖다줬드니
또 전기 테이프 가져와라. 뭐 가져와라 주문도 많다.
맥가이버 남편 둔것 까지는 좋은데 그 뭐시라나 일본말로
데모도인가 디모도인가 하여간 따라댕기는 조수 노릇이 더 힘들다.
성질이 급해서 빨리 안가져오면 꾸물댄다고 욱박지르고....
에휴. 참 우짜다가 능력이 없어서 이러구러 사는지
한심한 생각이 절로 나온다.
근데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평소에는 잘도 보이다가
개똥도 약에 쓸라믄 없다고 꼭 울남편이 찾으면
어디 박켜있는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겨....
그걸 이 밉쌀스런 1번은
"정신은 어디다 두고..."
이렇게 욱박지르니 안그래도 휘황한 인간 더 휘황해질밖에...
진짜 매사 너무 꼼꼼스러버 오장육부가 다 디비질 정도고.
전기고 뭐고 아무것도 손볼줄 모르는 다른집 남편이 부러울 정도다.
차라리 모르면 사람을 부르면 되겠지만
이건 쎄빠지게 조수노릇 해주고 좋은소리 못들어먹고
머리나쁘단 소리 18번으로 들어먹고..흑흑.
그래서 난 울집 1번이 뭘 건드리면 겁이 살살 난다.
지머리나 내 머리나 밥먹고 뭐할때는 그기 그거드만...우이씨.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내가 이러구로 사는것도
더러버서 사는거다.
누가 지 좋아서 사는줄 아나. 흥.
이것 저것 다하고 나서 입이 뭣같이 나와있으니
손씻고 방으로 들가면서 하는말.
"수고했다'
어휴. 내가 저넘의 수고했단 소리땜시 번번히 속는다니까...
사람 오장육부 싫컨 다 디비놓고선 마지막에 수고했다.
아니면 미안타..이건 진짜 병주고 약주는 꼴 아닌가?
그래도 병주고 약이라도 안주면 어쩔까란 생각에
스스로를 위로 하고 있는데
"쨍그랑"
애구 또 이기 뭔 소리고?
"빨리 와봐라"
쫓아가보니 스킨병뚜껑 올려놓은걸 뚜껑만 들다가 쨍그랑 한거....
에구 임자 만났다. 이침에 나도 성질 좀 내자 싶어 마악
따질려고 하는 찰라 이남자 내보다 1초 더빠르게
"병뚜껑도 왜 제대로 안닫아놓고 이러냐?"
오히려 깬사람이 큰소리 치는겨....
세상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아니 시방 누가 성질 내야 하는데?"
"누가 성질 내는게 문제야? 뚜껑을 꽉 닫았으면
이런일 없잖아"
"누가 건드리랬어? 걍 두지...내 화장품 왜 만지는데?"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오뉴월 개구리도 죽을땐
꽥 소리하고 죽는데 나라고 가만 있을까?
오늘 이 인간하고 확 끝장을 내버려?
끝장을 낼때 내드라도 유리 파편은 치우고
끝장을 내야겠지.
그래서 너 오늘 죽었다. 두고 보자란 심정으로
씩씩거리며 유리조각부터 치우고 있는데
"비켜라 비켜. 유리조각에 찔린다"
휴지를 갖고 와선 대강 훔치드니 청소기로 싸악
유리를 흡수시켜버린다.
(니도 쪼매 니 잘못은 아는구만....그래 죽는건 심하고
살려는 준다. 두고보자)
여전히 입이 옷걸이 몇개 걸어도 될정도로 튀어나와가지고
눈을 착 내려감고 있었드니....
"영화나 보러가자"
아이구 저 인간 영화한편 5500원으로 사람 메수하려 드는구만.
"안본다. 내가 지금 영하보게 됐나"
"그러지말고 갔다오자. 백화점가서 스킨도 새로사고"
뭐시라~ 스킨을 새로 사준다고?
아이구 그라믄 가야지...히히.
결국 못이기는체 나가서 스킨 1병과 덤으로 주름살
없애야된담서 아이크림하고 영화1편 때리고 왔다.
안그랬슴 진짜 니죽고 나살고 사생결단 낼려고 했는데....히힛.
남편일기.
엔간해선 말이 하고싶어서도 성질 잘 안내는 마누라가
입 꾹 다물고 있으면 이건 좀 심각한거다.
이럴땐 없는 돈이라도 조금 투자를 해야지 안그러면
일상이 재미없고 조상이 시끄럽다.
콘센트가 나가서 이것 저것 손보다가
내가 생각해도 심할 정도로 이것 저것 마지막에는
담배 사달란 심부름까지 시켰는데....
군말없이 척척 주문하는데로 하든 마누라.
내 뭔 말한마디에 심기가 뒤틀렸는지 그때부터
입을 꽉 다물고 말을 않는다.
뭔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보나 안보나 돌대가리 비스무리한 소릴 했겠지.
진짜 돌대가리면 그런소리 안할꺼라는걸 왜 모르는지...
방에 들가서 스킨을 제자리에 놓을려다
뚜껑을 부실하게 닫아 놓은탓에 쨍그랑 깨버렸다.
몸통을 들어야하는데 뚜껑을 들었는 내가 조금
잘못이지만 순간적으로 고함이 나왔다.
별말없이 유리조각을 치우는 마누라.
어슬픈게 꼭 파편에 찔릴거 같아서 비키라고선 내가 치웠다.
휠끗보니 진짜 입이 복숭만하게 나와있다.
아이구 안되겠다 싶어서 쥐약을 놓았다.
영화가자. 스킨 사준다.....
내가 깨트렸으니 스킨은 당연하게 사줘야 하는거고
영화는 내가 보고 싶으니 가지고 한건데
자그마한 미끼에 덮석 물리는 마누라.
순진한건지 어리석은건지....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볍고 또 유창한 생방송 시작이다.
인제 의무방어전 할게 남았나?
어이구 사는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