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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안보는 습관 탓에..


BY 원시인 2001-03-18

1985년 늦가을
그이와 나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
낮에는 직장다니랴, 밤에는 학교에 다니랴
무지 바쁜 인생이기도 했지만
우리는 대중매체에 익숙치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tv도- 특히 연속극이나 오락프로는 잘 보지 않지만- 그때 이후로 뉴스는 보려고 노력한다.
신혼여행을 어디로 가나 고민중이었는데
그때는 테마여행이 유행할 때였걸랑
문제의 그날
아침을 먹다가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갑자기 눈에 확 띄는 tv의 한 장면
을숙도- 갈대밭과 날으는 철새떼들 - 거의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저곳이야!!
나의 뇌리를 때리는 것이었다
결혼식을 마치고 우리는 무작정 을숙도를 향하여 떠났다
꿈에 부풀어서...
근데 이게 왠일이여??
을숙도에 도착하니 출입금지란다.
그때서야 우린 깨달았다. 그 멋지던 tv속의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댐 건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특집으로 보여준 모습이었다는 것.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서
부산일대를 돌면서 여행을 마쳤지만
신혼여행 내내 이럴 수가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다녔다. ㅠ.ㅠ

둘째를 가져서 배가 제법 불렀을 때다
어느날 아침
재래식 집에 살던 때라 목욕탕이 따로 없는 집이라
부엌에서
나는 식사준비를 열심히하고 있었고
그 옆에서 머리를 감으면서 남편은 계속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안나오는 여자.... 나는 그런 여자가 좋더라"
선전도 아닌것 같고 노래도 아닌것 같은 생전처음 들어보는 남편의 중얼거림에 나는 점점 화가 났다
다른 건 다 좋다 이거야
배부른 아내를 앞에 두고 왜 자꾸만 배안나오는 여자가 좋다는겨??
칼질을 하던 나의 도마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며 탕탕거릴 때쯤
남편은 심상찮은 나의 분위기를 알아차렸는지
"이거 새로나온 노래야!!!!!!! 가사를 그것밖에 몰라!!!"
"...밥을 안먹어도 배나오는 여자... 나는 그런 여자가 좋더라.."
두려움에 떨면서(?) 가사를 바꿔서 다시 중얼거렸다.
흐이구
나는 그때 또 깨달아야만 했다.
내가 tv를 너무 안본다는 걸
처음들은 독특했던 변진섭의 '희망사항'이란 노래에 대해
가슴아픈 나의 기억탓에
그이후로도 까닭없이 변진섭을 미워했당. ㅠ.ㅠ

요즘?
그래도 습관은 고치기가 어려운지 tv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컴퓨터는 좋아하지만서두....
그치만
그이후로는 우리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면서
오락실에 갔었어.집에 가기 싫어서...,
학교에 안갔어.....하면서 빽빽(?)했어도
그런 게 있는 가보다 하면서 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