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한지 4년째 접어든다.
첫해 봄.
집 뒤 뚝에는 제비꽃이 만발을 했다.
꽃중에 제비꽃이 젤 먼저 꽃을 피우는 것 같았다.
귀엽고 앙증맞은것이 아침이되면 식구가 계속 늘어나구 있는 것이다.
제비꽃을 만날때마다.
안~~뇽 나 이곳에 새 주인이다.
너흰, 열심히 꽃피우렴, 그럼 난 이곳을 제비동산으루 만들테니...
어머니 그리구 남편에게 제비꽃은 뽑지 말라구.
벌판같은 우리집을 보라빛으로 장식을 한다구.
(많이 퍼지면 집 앞에두 옮겨심구, 옆에두 옮겨심구 ,입구에두심구)
어머니나, 남편이나, 나나
초보농꾼이니...
"그래 그거 괜찮겠는 걸"
신이 난 나. "그럼 멀리서 보면 우리집이 보라빛으로 보이겠지"
첫해라서 씨앗이 없었던지라
동네분들이 주신 씨앗(들깨씨, 강남콩 ,쥐눈이콩, 옥수수,콩,팥,감자,
호박, 감낭(양배추) ...)
식물재배 시험장같이...
어찌보면 오방난장 늘어논 애들방같이...
마치 첫사랑에 빠진듯 매일 심고 가꾸는 일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힘든줄 몰랐던것은 아마도 그 첫사랑과 같은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제비꽃도 햇빛과 비와 바람의 은혜를 입고 잘도 꽃피워가고..
("들에 핀 꽃을 보라 가꾸지 않아도 제 할일을 해내건만...")
("공중 나는 새를 보라 입히지 않구, 먹이지두 않건만...")
우리집 주변에 제비꽃이 많은것에 난 감사했다.
어딘지 모르게 수줍고,겸손한듯,마치 숫처녀 같은...
꽃이란 피우기 시작하면 몇일 사이에 그만 만발을 하니
밥두 안 먹는지. 잠두 안자는지,놀러두 안가는지...
멀리선 잘 안뵈두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시끌벅적 했다.
아마 내가 하는 얘기를 다 들은 모양이다.
어느날...
이장님이 뚝길을 지나시게 ?榮?
논에 모내시려구 논을 삶구 오시는 길이라 했다.
주로 집앞으로 지나시다 들리시곤 했는데.
그날은 논일 때문에 경운기를 끌고 집뒤 뚝길로 가시게 된것이다.
이장님: "아이구 처음이라 힘들지요?"
우리식구: "아뇨 재미 있어요"
이장님: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지요."
"풀을 부지런히 잡아야 이기는 거래여"
우리식구 :맞아요 풀은 뽑구 뒤돌아서면 또 자라 있어요.
이장님: 갸우뚱, 이거 뭐래여?
나: 아! 그거요. 제비꽃이죠.
(아니 이장님이 제비꽃도 모르셔서 물어보시나)
이장님: 근데 이거이 왜 이리 많은 거래여.
나: 아~ 네에 집 주변이 허전해서요.
참 이쁘죠.
(내가 매사에 감이 더딘 편이라 눈치를 챌려면 형광등이 버번쩍
해야 한다.)
이장님: 이거 당장 다 뽑아버리래여.
나: 에엥 무슨 말씀인지요. 전 이뻐서 가꾸려구 하는데요.
이장님: 제비꽃은 꽃을 일찍 피우기 때문에 한번피고 씨맺구
그 씨가 떨어져 또 싹이나서 또 꽃을 피운다구...
그럼 일년에 두번씩이나, 아니 세번씩이나...
이장님: 그럼 여기가 제비꽃 천지가 되는데 아무것두 못 심는다구.
번식이 강해(씨가 많아서)
뿌리가 길어서 뽑아두 뽑아두 자꾸 새끼를 치구...
농사를 지으려면 풀이란 풀은 다 뽑아 버려야 된다구...
아니 제비꽃이 무슨 해가 된다구 매정스럽게 뽑아 버리라구
하신담.
아무리 농사가 풀과의 전쟁이라지만서두.
애꿎은 제비꽃까지 뽑아버리라니.
아직두 감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내가 혼저 중얼거렸다.
이장님은 가시구 매정하게스리 남기구 가신 말씀 때문에
제비꽃들은 비상이 걸렸다.
저녁때 어머님과 남편...
"넌 이장님이 제비꽃을 몰라서 물은줄 알았니?"
"아주 자신있게 대답하두만"
제***비***꽃
아니 당신들도 동조 할땐 언제구...
담날부터 어머님과 난
제비꽃을 뽑아야 했다.
있는 힘을 다해 뿌리까지...
나의 손에 무차별하게 당한 제비꽃은
슬픈 눈으로 말했다.
"농사 잘지어 부자되라구"
그래서 제비꽃에 유언대로 그자리에
옥수수를 심었다.
그 이듬해...
그래도
어김없이
제비꽃은 또 피어났다
난 또 뽑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