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우리 중증결벽주의자 동생이 제의를 하더군요.
"언니 이건 가정인데...
만약 그 사모님이 언니가 결혼 않고 있을 때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언니 그 자리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하며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 정도로 우리 식구 모두 그분을 좋아했습니다.
사모님께서 많이 아팠거든요.
또 한 일년쯤 제가 연락을 드려도 못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인데 거의 돌아가실 뻔한 사모님 병수발 하느라 그랬다더군요.
마누라가 죽으면 들어올 만한 여자도 있는데 막상 부인이 죽는다 생각하니까
정신이 버쩍 들더래요.
'이제껏 한번 잘해 주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보내고 나면
앞으로 가슴쓰려 어떻게 사나...'
그 때부터 좋다는 약은 다 구해 먹이고 열군데도 넘는 병원을 넘나들면서
결국 살려내어 골프를 배우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그 사모님이...
워낙 경황이 없다보니 저를 못 만나 주신 거였더군요.
저는 저대로 안 만나 주시면 안 만나고 하는 사이였으니까
그렇게 일년을 보낸 거지요.
제게 중매가 들어와 결혼하게 될 것 같다고 하자
사진이라도 하나 구해 오라시기에 보여 드렸더니
'괜찮은 사람인 것 같으니 결혼해서 잘 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8년이나 만나 주신 이유를 그제서야 여쭤 봤습니다.
완강하게 버티시다가 하도 조르니까 털어놓으시더군요.
사실은 처음 만났던 날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제가 마음에 와 닿더래요.
그분 거래처와 저의 출판사 거래처가 같아 그곳에서 작업지시 하다가 만난 거였거든요.
제가 아주 야무지게 작업지시를 하기에 몇가지 물어보았더니
눈길도 안주고 대답만 똑부러지게 하고는 쌩하니 가더래요.
자기 부인을 만나기 전에 저를 먼저 만났었더라면 안 놓쳤을 거라시더군요.
그 후 제가 가끔 동생들 아르바이트 꺼리를 구해 주기 위해 만나면서
그렇게 오래 만나게 된 것이지요.
저도 워낙 바쁘게 살았던 터라 애인을 만들 상황이 아니었는데
자연스레 대화창구로 그분이 선택되어진 거지요.
제게서 전화가 오면 아무리 중요한 약속이라도 다 취소하고 만나 주셨던 거래요.
오늘 안 만나주면 언제 전화가 올 지도 모르니까요...
정류장에 데려다주고 돌아설 때면 내가 왜 이 미친짓을 하고 있나 후회도 많이 하셨대요.
그래도 그 다음달 제 전화만 받으면 자석에 끌리듯 또 그렇게 만나주시고...
6개월간 피했을 때는 도저히 감정조절이 안 되어 평정을 찾느라 그러셨대요.
결혼식에는 안 오셨더군요.
꼭 오시라 했는데...
못오시는 핑계를 대기는 했는데 정말 그랬는지는 아직도 몰라요.
결혼 후에도 교과서 편집개편 때문에 첫애가 만삭인데도 도와드렸습니다.
아직도 가끔 식구들은 '그분은 지금 뭐할까' 이야기 합니다.
손한번 못잡아본 일방적 사랑이었지요.
워낙 서로가 별났었고 양쪽 집안이 다 아는 사이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는 그랬어도 그 사모님은 늦도록 시집도 안가고 만나는 저를
곱게 보시지는 않았을 거예요.
말로는 통화할 때마다 '한번 놀러오지 안오냐'고 하셨지만...
제 결혼으로 한시름 놓으셨겠지요.
남녀 사이에 손잡는 것만 피하면 부적절한 일은 없으리라는 게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제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