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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편지...


BY 봄비내린아침 2001-03-22

친구에게

나의 친구에게..

봄비야,,나야...

한참을 기다렸던 네전화

간간 너의글을읽고 "아,,많이 힘이 드는구나," "아,,외로워하는구나..."

그렇게 짐작만할 뿐, 그리고 네가 전화해오기만을 무작정 기다릴밖에, 달리 손쓸 수가 없는 나

오랫만에 들려온 네 목소리
여전히 맥이없다.

"나,,많이 외로워.."
그렇게 시작되는 너의 전화말에 나는 연신 수화기를 든 손에 힘만 들어갔다.

"나,행복하지가 않아"
어쩌면,,,좋을까?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의 소중한 친구인 네가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라고 말하고있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다.

"난, 행복할까?"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행복이란거 그거 정말 무엇일까?
늘 생각하지만 늘 헷갈리고 풀어지지않는 명제같은 것..

"어쩌지????"

손을 잡아줄수도 등을 쓸어줄수도 뜨거운 차한잔을 끓여줄수도 없는 나는 네게 미안해서 어쩌지?

잠시 머리라도 기댈만큼 든든한둥지도 못되어주는 작은나는 네게 정말 친구인가?
친구이기나 한걸까?

네가 그랬어.
그제 수첩을 샀는데 수첩을 바꿀때마다 자꾸만 자꾸만 수첩크기가 줄어든다고..
그게 안타깝다고 말했지.

그건, 수첩속에 메모된 카테고리처럼 연결된 인연의 끈이 자꾸만 자꾸만 줄어든다는 걸 우린 알고있지.

나이가 들고 세상을 더 살아가면서 우린 많은사람과 얽히고 맺어진곤 하지.
하지만, 그 많은 만남들속에 진실로 맘을 나눌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를 않아.

순수한 맘으로 사람을대하는 방법을 차츰 잊어버리니까,,

지난번에 수첩을 바꿀때 지워버린 몇몇 이름들은 이제 아예 기억저편으로 멀어져 버리고, 또 다시 산 지금의 새 수첩엔 몇몇의 이름이 옥수수 알갱이 빼먹듯 숭숭 빠져 나가 버릴테지..

그래, 네 말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람이 그리워진다.
부대끼고 싸우고 악악대던 여학교때의 친구들, 그친구들이 그립고, 시골을떠나오면서 다른학교 다른길로 가면서 자존심땜에 오기땜에 이기심땜에 잘난척하느라 손을 놓고 끊어버린 고향집의 앞집 뒷집 친구들도 이젠그리워진다..

왜 그랬을까?
쑥쑥 어른이 되면, 더 좋은것,더 많은것들로 다 채워질줄알았던 마음의 공터는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년이 흐를수록 더욱 넓어져간다는걸 왜 모르고 살았을까?

너,또 그랬지.

봄비야,,
연락은 않더라도 전화번호,연락처는 버리지도 지우지도 말 걸그랫어!
그래,,친구야
인제 생각하니정말그렇다.

여학교때 같이먹고 같이자고 학원다니고 같은 버스타고,
늘 손 꼭 쥐고, 같은 책 돌려읽고, 그렇게 2년을 붙어다니던 친구가 있었어.

어느날, 우린 다른 쪽을 보고 있었지.
마음은 늘 그 앨 보면서도 다른 곳으로 눈빛을 돌린척 했지.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나..
내게 열장도 넘는 편지를 한꺼번에 꼼꼼히 적어준 친구였는데...
결혼하고 나,라면박스 거득거득 모아두었던 오래된 편지며 글들,일기들 어느새벽, 쓰레기차에 실어보내버린적 있어.

그때 왜 그랬을까?
아마,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었나봐.
그땐, 그 추억의 보따리를 들고 세상을 살아가기에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걸까?
지금나는, 난지도 어디메라도 있기만 한다면 그 보물상자를 다시 뒤져 찾아오고픈 심정이다..

그래,,친구야
늘 내게 끼 거르지말고 밥많이먹고 잘 지내라고 힘을 실어주는 너
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못해 미안해..라고 버릇처럼 말해오는 너..

난 오늘네 생각을 하며 더운밥에 김치찌게시켜놓고 목이매게 먹어본다..

살이쪄서 배가 나온댔지?
그 애기를 듣고, 네 전화를 끊고 거울을보며 배시시웃음이 났어.
거울속에 내 모습을 이리 저리 굴려보며 배를 만졌다.
슬슬 배를 만졌지만,,난,,내 배는 쉬이 나올 거 같진 않어..
왜 배를 만질줄 아니?

옛날 생각이 났어.
친구랑 같은 빛 옷을 사입고
같은 운동화 짝 맞춰신고
머리모양새 꼭 같이 자르고
그러고 호호거리며 다니던 그 때가 그리워서..

친구란,,진정한 친구란 무엇이건 닮아야하고 함께해야하는줄 알았던 그런 시절 생각이 나서 말이야..

그래,,
서른을 훨씬 넘겨선 나이에 특이한 연으로 맺어진 너와 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늙어갈수록 닮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골 친정에 가면,울엄마 어떠신지 아니?
아침상물리기가 바쁘게 대문께서 앞집 뒷집 아주머니들몰려와 왁자지껄 부르신다.

"오늘은 딸네들와서 안돼!"라고 내쳐놓고는 내심 슬슬 우리들 눈치 보셔..
고스톱패거든..

엄만, 그낙으로 사신대.
뻣뻣하고 정낼줄 모르는 아버지보다 모여앉아 시시껄렁한 농담섞어 화투짝 돌리고 국수삶고 시장다니고 온천가고 산에 가시며 그렇게 사시는게 즐겁대.

"엄마, 오늘도 고스톱치러 가기만 해!"
엄포를놓지만 언니랑 동생이랑 차마시고 애기하다보면 엄마모습 집안어디에도 없어.

누구누구가 어떤모양 금반지를 하면 당신도 그거 하고싶어하시는 눈치고, 옥매트가 좋다하면 금새 또그게 하고싶은 눈치고, 어떤 원단의 옷을 한아주머니가 해입어 좋아보이면당신들도 또 그걸 해입어...
우습지만 그렇게 사는 모습의엄마,
좋아보이고 이해해드리고 싶어서 눈을 흘기며 투덜대면서도 우린 짬짬 다 해 드려!

다 해 드리고 싶거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 친구였음 좋겠어..너와 나

나이들어, 같은모양 가락지 끼고, 같은모양 몸베바지라도 해입으며 오전내도록 퍼질러앉아 온갖 세상애기 엮어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살 수 있는, 이웃같은 친구였음 싶으네...하지만 우리 사는이곳은 너무 멀다..

친구는 많은데
말이 통하는 친구가 없다고,,
그래, 찻집에서 넋놓고 앉아 혼자 차마셨노라던 나의친구야

말하지 못했지만
나도 지금 많이 외롭다.

사람은 많아! 말도 많아!

근데 많은 사람속,많은 말을 하고 많이 부대끼고 돌아가는 저녁귀가길
나는 하늘쳐다보며 말한다.

"사람이 그립다"
"친구가그립다"
"속엣말이 하고싶다"

라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