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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왜 이렇게 됐을까요?


BY 연희 2001-03-28

전 신랑하고 같은 회사예요. 사내커플.
그래서 출퇴근도 함께 하죠.
그런데 결혼전부터 전 사람들 만나는거 좋아하고 매일매일 약속이 있었던 반면 신랑은 주중엔 회사 회식을 제외하고는 약속이 없고 주말에도 거의 없었어요. 친구들은 몇달에 한번씩만 만나고.

그러니 결혼하고 저도 덩달아 그렇게 되더라구요.
혼자 퇴근시키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남편이 회식이 있을때 맞춰서 친구들 가끔 만나곤 했죠.
그것도 시누이와 함께 살고 부터는 오히려 남편 회식있을때 집에 그냥 가게 되더라구요. 우리 시누이는 거의 혼자 있는 편이고 우울해하고 그런게 많아 남편없을때 여자들끼리 할 수 있는 이야기 괜히 말걸어 시간을 같이 보내주려구요.
거기다 저 회식 있거나 약속 있어도 일찍 가게 되데요. 그래도 저라도 있어서 서로 얼굴을 보지 살갑지 않은 오누이. 하나는 마루에 하나는 지방에 그렇게 말없이 있는게 뻔한게 맘이 안좋더라구요.
(저희 남편은 시누이를 평생 책임지고 싶어하지만 그건 형제애라기보다는 뭐... 애증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거 같아요. 시누이도 오빠는 필요한 존재지 고마워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거 같고. 오히려 가끔은 만만하게 보는거 같아서 좀 그렇죠.)

하여간 이래저래. 잘나가던 제가!!! 집-회사-집-회사... 이런 생활을 하게 된거죠.
그런데 그게 참 안좋더라구요.
가끔은 지쳐서 좀 쉬고 싶을때. 친구 만나서 하소연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자꾸 쌓여서. 왜 내가 이래야하나 싶은게.
솔직히 누가 시키는것도 아니라 누구를 원망할것도 없지만.
내가 왜 이런 눈치를 혼자 보고 있나 싶은게. 참... 이건 아닌데 싶죠.
내가 오버하는거 같기도 하고. 남편이나 시누이나 나 없다고 서운해할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묵묵히 자기하고 싶은거 할텐데 말이죠.

그리고 그렇게 스트레스 쌓이면 결국엔 나도 안좋고 자기들에게도 좋은 얼굴 못보여주니 안좋고... 그렇게 살지 않기로 하고.
오늘 친구와 저녁에 약속을 했어요.
결혼하기전엔 정말 자주 만났던 친구였는데. 얼굴본지 몇달 됐어요.
남편에게 전화를 했죠. 나 오늘 약속있다고 먼저 가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미안한지. 약속 취소할까.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구요. 그게 뭐가 미안한거라고.

저 왜 이렇게 됐을까요?
죄짓고 다니는것도 아닌데 왜 괜히 사서 고생을 하며 사는지.
제가 봐도 어이가 없어요...